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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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9 오늘의 시
November 29, 2025
이현숙 <너는 토마토를 들고 나는 설탕을 준비하고> 잘 익은 토마토는 강아지였다가 고양이였다가 연인이었다가 재미있는 글자가 된다 거꾸로 읽어도 옳게 읽어도 토마토는 예외 없이, 스스로를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다 세상 모든 달콤한 것들은 과즙을 품고 나에게로 오다 뭉개진다 축제는 늘...
2025.11.28 오늘의 소설
November 28,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좀 늦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왔거든요.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는 말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다시 책을 읽어볼게요. 천선란 [노랜드] - <이름 없는 몸> 中 나는 그런 너를 보며 네 미래를 내 미래보다 더 자주 상상했다. 운동선수도 어울릴 것...
2025.11.25 오늘의 시
November 25, 2025
허연 <트램펄린> 그런 것들이다 내가 아쉬운 건 트램펄린에 오를 때 나는 이미 처지가 정해져 있었고 그걸 누구에게 묻지는 못했고 트램펄린 밖으로 떨어진 소년 최선을 다해서 태연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어서는 소년 그런 것들이다 언제나 어른들은 타협하고 소년들은 트램펄린에서 떨어지고...
2025.11.24 오늘의 시
November 24, 2025
김선오 <뼈와 종이> 바다 위에 떨어진 도화지를 보았다. 너는 얼굴에 흰 점이 생겼다며 나를 불렀다. 너의 미간에서 새하얀 원이 서서히 돋아나고 있었다. 점을 보고 나서야 네 표정을 볼 수 있었다. 표정이 흔들리면 원이 함께 일렁거렸다. 곧 겨울이구나. 걷는 동안 해변은...
2025.11.23 오늘의 시
November 23, 2025
박다래 <카페에서 일어나서 카페 가기> 어떤 아름다움은 글이 되지 않는다 소설을 썼다 앞부분만 40여 번 고쳤다 그러는 동안 자전거가 카페 앞에 멈췄고 형광 털모자를 쓴 친구가 내렸다 좋은 것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함께 서로의 글을 읽었다 다양한 형태의 글을 어느...
2025.11.22 오늘의 시
November 22, 2025
박민서 <아메리카노> 물결이 만든 음악을 아시나요 가난을 감추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에티오피아 은밀한 신비감으로 뜨겁게 흔들고 나면 가야 할 원점을 잠시 잃는 도시가 있어요 북위 23.5도에서 남위 25.5도까지 햇빛이 꿈틀거려요 커피나무에서 햇볕에 그을린 아이들 손이...
2025.11.21 오늘의 시
November 21,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최근에 좀 뜸했죠? 그렇게 바빴던 것은 아니고요. 소설 하나에 꽂혀서 그것만 읽느라 보내드릴 시를 못찾았습니다… 물론 그 소설도 며칠 전 이미 소개했었네요. 여러 책을 동시에 읽으며 소개해드리고는 있지만 가끔은 소재 고갈이랍니다. 하하… 이럴...
2025.11.19 오늘의 시
November 19, 2025
윤제림 <까마귀> 저놈은 비둘기처럼 징징대지 않고 까치처럼 눈치도 살피지 않고 날이 밝으면 곧장 이리로 달려온다 머리를 곧추세우고 전봇대 높이 앉아서 두 눈 부릅뜨고 단도직입 새카만 구호를 내리꽂는다 요구가 뭘까? 무얼 내놓으라는 것도 같고 무언가 사죄하라는 것도 같은데, 여남은...
2025.11.17 오늘의 소설
November 17, 2025
하지은 [언제나 밤인 세계] 中 “어떤 바다는 너무도 깊고 잠잠하여 약간의 바람으로는 파도조차 일으키기 어려운 법. 그러나 거센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오죠. 감히 바라건대, 당신의 마음을 뒤흔들 그 무언가를 찾아내시길. 제가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대공.”...
2025.11.16 오늘의 시
November 16, 2025
정지우 <삐걱이는 자세> 얼음 위에서 휘청거리는 사람 미끄러운 몸이 짧게 들락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이쪽저쪽을 고르는 일은 마치 춤추는 모습입니다 펭귄의 자세엔 이미 얼음 바닥이 묻어 있어서 때로는 누군가의 뒤뚱거림에 서성이고 또 몇 번은...
2025.11.15 오늘의 시
November 15, 2025
강성은 <미니멀 라이프> 무인 세탁소에서 누군가의 이불이 무인 카페에서 음악이 무인 제과점에서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이 무인 정육점에서 어제 죽은 동물이 무인 부동산에서 무너진 집들이 무인 도로 위에 식물들이 무인 책방에서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인간 없는 곳에서 인간 없이도 버린...
2025.11.15 오늘의 시
November 14, 2025
최경민 <독서 모임> 매일 다른 장소를 열어 보고 있어요 처음 오시는 분에게는 상자가 있습니다 이달의 질문지가 있으니 집에서 작성해 보세요 어디에 내리면 좋겠습니까? :애인이 사는 해변에 내려 주세요 그는 다시 미치게 될까요? :캘린더에 날짜를 표시해 뒀습니다 저는 크림색...
2025.11.13 오늘의 시
November 13, 2025
김경후 <팝업 스토어> 오늘은 마지막 날모래로 만든 노을입속 가득한 거짓들자작나무와 갯잔디 강아지풀들꿈꾸든 사랑했든 버렸든무엇이든우리 둘 중 하나가 죽어도오늘은인생템 유행템 마법템 꿀템 추천템혹은 고함이나 쓰레기 몇 시까지랬지 저 절벽이 부서질 때마지막이야오늘은
2025.11.12 오늘의 시
November 12,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오늘 보내드릴 시는… 다른 의미는 없고요. 그냥 젤라또가 먹고 싶었어요. 이룬 <젤라토 아이스크림 위로 녹는 잠> 즐겁게 꿈을 꾸다가 그대로 얼음 아이스크림이 녹는다 사라짐은 살아있는 명백한 연합 눈이 감기듯 젤라토 위로 토핑이 녹는다 장난감...
2025.11.11 오늘의 시
November 11, 2025
이은우 <슬플 때, 개구리가 나를 비추는 거울 같다> 밤마다 개구리울음 듣는다 몸 어딘가 숨겨둔 울음주머니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개구리 어느 천둥 번개 치던 날 슬퍼슬퍼슬퍼슬퍼, 슬퍼 슬플 땐 풍선도 불 줄 아는 개구리였다 한 발짝 고개를 박고 들여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
2025.11.10 오늘의 시
November 10, 2025
하재연 <스트로베리 문> 여기는 달이 없는 세계니까어둠 속에 두둥실 떠오르는 다른 형상을 그려 보고 있었던 같다우리는 여섯 개의 고양이의 눈이라든가한 입 베어먹은 딸기들이 조르륵 원을 그리고 있다든가뭐 그런 불가능하고 무한한 발걸음 같은 것. 달이 사라져서 지구가 어두워진 게...
2025.11.08 오늘의 시
November 8, 2025
길상호 <눈 오는 캠핑*> 눈사람과 춤을 추었어요 맞잡으려고 나뭇가지를 주어 손부터 만들었어요 계수나무와 눈싸움을 했어요 바람 불면 또 내리는 눈송이 하늘은 저걸 다 던지느라 팔이 아프겠어요 추워 중간에 소주도 마시면서 모닥불을 피워 혼자 둘러앉아 식은 노래도 부르면서 얼음...
2025.11.07 오늘의 시
November 7, 2025
이승희 <문으로부터> 문이 되기로 했다 흰 벽에 매달린 채 경첩에 묶인 몸이 한쪽으로 흔들렸다 누군가 나를 두드린다 정중하게 혹은 거칠게 바깥은 자꾸만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되도록 조용히 닫혀 있으려 애썼다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게 온기조차 숨긴 채 방 안엔...
2025.11.06 오늘의 시
November 6, 2025
남현지 <가까운 미용실> 당신의 마음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지 미용실에 앉아서 목덜미를 맡기고 눈을 감으면 인간은 부스러기를 흘리며 돌아다니는구나 당신은 어느 날 말없이 떠난 뒤로 밤마다 전화를 걸어와 횡설수설한다 그렇지만 돌아오지는 않아요 가운을 입은 손님들이...
2025.11.05 오늘의 시
November 5, 2025
구현우 <전국에 내리는 비> 폭우가 내린 날이었어 이별한 너를 생각한 날이기도 했다 빗물에 나의 집 나의 모든 방이 잠겼다는 게 믿어지니 믿기 어려웠지만 믿을 수 없는 현실로서 도망쳐야 했어 그런데 어디로? 전국에 내리는 비래 우산을 든 손과 에코백을 든 손이 공평하게 젖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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