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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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6 오늘의 시
February 17, 2025
하재연 <잘못된 음계> 그 여름에 시작되었습니다. 붉음이 우리를 덮었고 붉음은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붉음은 아픔으로 불렸습니다. 붉음의 원인이 날씨일가 우산을 펼치면 나의 그림자가 잘려나갔습니다. 붉음은 우주로부터 온 것일까 겨울만 있는 나라들의 이름을 손꼽았습니다. 눈송이로...
2025.02.15 오늘의 시
February 15, 2025
장수양 <휴일> 구름이 내려 사람들이 푹신해졌다 모자의 밀회를 추적하던 사람들이 모자를 잊었다 하늘의 빛깔을 세던 사람들이 파도를 잊었다 언젠가 한없이 쉬어도 이 휴일을 기억하리라 부푼 롤빵처럼 사람들이 길을 구르고 아무도 조용한 어제를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는 주유소에서 함장이...
2025.02.14 오늘의 시
February 14, 2025
양안다 <백일몽> 빛과 싸우는 날입니다. 어제도 밤은 예상보다 짧았습니다. 너는 꿈속에서 죽어갔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그냥 그렇게 죽었다. 안녕, 잘가.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건 당연한데 죽어있는 건 너무 이상하다. 죽어 있는 건 나쁘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너는...
2025.02.13 오늘의 시
February 13,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아, 이 사람은 내 사람이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이 종종 옵니다. 물론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결국 그놈의 확신은 나의 결정이더군요. 그 모든 결정에 사랑을 걸고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여러분을...
2025.02.12 오늘의 시
February 12, 2025
이향 <사과> 몸이 아프면 슬쩍 달라붙어 당신 손을 잡고 그 어깨에 기대 밥 한술 받아먹고 싶다 사랑한다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을 못해 무슨 병에라도 옮아서는 곧 떨어져버릴 듯이 매달려 있고 싶다
2025.02.11 오늘의 시
February 11, 2025
이윤학 <짝사랑> 둥근 소나무 도마 위에 꽂혀 있는 칼두툼한 도마에게도 입이 있었다.악을 쓰며 조용히 다물고 있는 입빈틈없는 입의 힘이 칼을 물고 있었다. 생선의 배를 가르고창자를 꺼내고 오는 칼.목을 치고 몸을 토막 내고꼬리를 치고,지느러미를 다듬고 오는 칼. 그 순간마다 소나무...
2025.02.10 오늘의 시
February 11, 2025
나태주 <초라한 고백>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2025.02.09 오늘의 시
February 10, 2025
이상 <이런 시> 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내어 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 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2025.02.08 오늘의 시
February 8, 2025
김신용 <포옹> 저기 새로 쌓은 돌담에 담쟁이넝쿨이 기어오르네 마치 자신을 위해 쌓은 돌담이라는 듯이 그러나 돌담은 모르는 척 시침 뚝 뗀 표정이네 먼 훗날, 자신이 조금씩 허물어져갈 때 그 넝쿨이, 전신으로 감싸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눈빛이듯-
2025.02.07 오늘의 시
February 8, 2025
최지은 <우리들> 심야 버스였다. 내릴 곳을 몇 정거장 앞에 두고. 밝은 빛이 덤벼드는 검은 도로 위에 있었다. 우리들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냉장고에는 내가 오면 나누어 먹으려던 한 소쿠리의 무른 딸기. 잘자리에 과일을 먹어 어쩌니. 우리 중 한 사람이 말하고. 자꾸만 흐르는...
2025.02.06 오늘의 시
February 6, 2025
이승희 <그날> 길고양이 같은 표정의 오후를 핀셋으로 담벼락에 꽂아두고 나는 당신의 입술을 당겨왔다. 당신은, 나는 피 흘리는 짐승이었다. 늑대 발톱을 물어뜯으며 한 세기 전의 동굴 속을 달렸다. 티베트 여우의 눈빛 속은 따뜻하고 경이로웠지만 이별은 언제나 눈썹 위에서부터 고이기...
2025.02.05 오늘의 시
February 5, 2025
장수양 <미소> 끈을 쥐고 있는 사람. 끈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거, 사랑이에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원히 끈을 쥐고 있어도 좋아요. 잡아 당겨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 사람은 천진난만했다. 영원이라니. 아기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렇게 말했을까. 수평의 끈을...
2025.02.04 오늘의 시
February 4,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만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에서만 시를 고르게 되네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시를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공유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제 메일이 스팸함에 한번 가기 시작하면 이메일 전송이 되지 않습니다. 확인...
2025.02.03 오늘의 시
February 3, 2025
민구 <머랭> 머랭을 먹었는데 내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사라졌는데 누군가는 악수를 청하고 나는 여기에 없는데 일곱 시에 일어나는 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 머랭을 먹은 후부터 기억하고 싶은 모든 것이 살살 녹았다 약속 시간에 늦어서 중요한 미팅을 날려버리고 밤새 적은 사랑의 편지는...
2025.02.01 오늘의 시
February 1, 2025
최승자 <알았던 사람들만이> 알았던 사람들만이 알았던 하늘 역사여 어리석음이여 하늘이 무뇌아처럼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네
2025.01.31 오늘의 시
January 31, 2025
이혜미 <살구> 기다렸어 울창해지는 표정을 매달려 조금씩 물러지는 살의 색들을 우글거리는 비명들을 안쪽에 감추고 손가락마다 조등을 매달아 검은 씨앗을 키우는 나무가 되어 오래 품은 살殺은 지극히 향기로워진다 뭉개질수록 선명히 솟아나는 참담이 있어 마음을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2025.01.30 오늘의 시
January 30, 2025
이승은 <굴절> 물에 잠기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보기에 그럴 뿐이지 다친 곳은 없다는데 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
2025.01.29 오늘의 시
January 29, 2025
이향 <노파> 날마다 넘쳐나는 적요와 어둑한 그늘의 꽃을 키우는지 허물어지는 만큼 피는 봄 꽃도 너무 탐스러우면 두려운 법 담장을 감고 도는 꽃 넝쿨에 빨려들 것 같아서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는데 꽃에게 속을 다 파먹힌 껍질처럼 앉아서는,
2025.01.28 오늘의 시
January 28, 2025
강지이 <그림자 극장> 커다란 창이 있는 방이었다. 창밖으론 대여섯의 나무가 줄을 맞춰 드문드문 서 있고 그들은 저마다의 잎사귀와 얇거나 굵거나 딱 그 중간의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그 나무들은 핸드벨처럼 고유의 소리를 냈다. 나는 창을 연 채 그 방에 앉아 벽에...
2025.01.27 오늘의 시
January 27, 2025
이해인 <겨울나무>내 목숨 이어가는참 고운 하늘을먹었습니다눈 감아도 트여오는백설의 겨울 산길깊숙이 묻어 둔사랑의 불씨감사하고 있습니다살아온 날살아갈 날넘치는 은혜의 바다사랑하고 있습니다가는 세월오는 세월기도하며 드새운 밤종소리 안으로밝아오는 새벽이면영원을 보는 마음해를 기다립니다내...
2025.01.26 오늘의 시
January 26, 2025
김개미 <인형에게서 온 편지> 조그맣게 살면 돼. 조그맣게 웃고 조그맣게 울면 돼. 조그만 옷을 벗고 족만 집에 들어가 물뿌리개만 한 샤워기 아래서 콩나물처럼 흠뻑 젖으며 샤워를 해. 조그만 침대에 누워 조그맣게 노래를 불러. 조그만 창문에 들어온 콩알 같은 달. 나는 조그만...
2025.01.25 오늘의 시
January 25,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곳에 눈이 내렸습니다. 사실 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나가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나가서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보라는 지인의 말에 제 차 위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새벽 2시가 넘은...
2025.01.24 오늘의 시
January 25,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시스템 오류로 어제자 시를 다시 전해드립니다.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연덕 <라틴크로스> 줄지어 선 유리잔.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불빛과 짧은 보상처럼 아름다운 중국식 소켓을 본다. 참는 손님도 참아주는 손님도 없는 이곳은 돌발...
2025.01.23 오늘의 시
January 23, 2025
정끝별 <와락>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 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 자락
2025.01.22 오늘의 시
January 22, 2025
고명재 <미더덕은 아름다움을 더 달라는 것처럼> 젖은 것들의 물주머니를 보고 있으면 당신을 데려간 물혹이라든가 개구리라든가 젖이 늘어진 어미 개라든가 비릿한 어촌에 걸어둔 청어의 눈 속에 부푸는 하늘 안쪽의 짙푸름이라든가 미더덕은 아름다움을 더 달라는 것처럼 헐떡대면서 좀더 살아볼...
2025.01.21 오늘의 시
January 21, 2025
이원석 <심문B> 내가 왼쪽으로 갔다면 그건 당신이 왼쪽으로 지시했기 때문이오 내가 오른쪽으로 갔다면 오른쪽으로 지시했기 때문이겠지 만약 당신이 왼쪽을 지시하지 않았는데 내가 왼쪽으로 갔다면 그건 아마도 당신이 왼쪽을 암시했기 때문일 거요 당신이 오른쪽을 지시했음에도 내가 왼쪽으로...
2025.01.20 오늘의 시
January 20,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 지인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떤 마음일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위로가 이 시를 전하는 것 뿐이라 감히 전해봅니다. 박시하 <콘택트 - 나의 작은 신들> 지켜보는 신 잘 때 먹을 때 읽을 때 쓸 때...
2025.01.19 오늘의 시
January 19, 2025
강혜빈 <밤의 팔레트> 노랑과 옐로는 언니였다가 누나였다가 원피스를 바꿔 입다가 넘어지기도 하지 그런 언니는 이미 샀는데 그런 누나는 이미 옷장에 물방울무늬야 착하지 동그라미는 동그라미인 척도 잘하지 무지개보다 레인보우에 가깝다는 이야기 만져보면 비슷할 수도 있어 견딜 수 없는...
2025.01.18 오늘의 시
January 18, 2025
유수연 <진짜 마지막 행복> 그땐 종일 함께 놀던 친구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재밌으면 그만이니까 요즘도 주문한 버섯탕 속 버섯 이름이 노루궁뎅이란 게 웃겨, 웃어버린다 이젠 제법 웃으면 안 될 대와 정말 웃으면 안 될 때를 알아, 웃음도 참는다 궁뎅이 같은...
2025.01.16 오늘의 시
January 16, 2025
이승희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 어찌도 이리 다정하게 내 몸에 잠겨드는지 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네 지는 것들을 보며 끈적이는 핏물이 꼬득꼬득 말라비틀어지도록 이처럼 황홀했던 저녁 내겐 없었다고 말해주었네 불 켜진 집들 사이에서 불 꺼진 집이...
2025.01.15 오늘의 시
January 15, 2025
양안다 <다큐멘터리> 나는 꿈에 잠겨 있는데 너는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애정과 증오가 반복되었다 너는 그것이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누구도 우리가 어긋났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 몸을 구기고 마음을 자를 수 있다면 어디에 보관하는 게 좋을까...
2025.01.14 오늘의 시
January 14, 2025
고선경 <살아남아라! 개복치* -몰라 몰라 내가 죽은 진짜 이유를> 개복치의 학명을 아십니까 그건 몰라 정답! 개복치의 학명은 Mola mola입니다 하지만 이 시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외국인은 몰라를 모를 테니까 사실은 나에게도 학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5.01.13 오늘의 시
January 13, 2025
최승호 <깨어진 항아리> 금이 가도 불안하고 누가 흔들어대도 불안하고 뚜껑을 덮어버리면 답답해서 숨이 막히던 항아리가 한밤중 난데없이 떨어진 돌덩이에 얻어맞고 산산조각 깨져버렸다. 장독대에 모여 있던 항아리들이 깜짝 놀라 간장을 다 엎지르고 널브러져 있는 깨어진 항아리의 불행을...
2025.01.12 오늘의 시
January 12, 2025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25.01.11 오늘의 시
January 11,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자꾸 여름의 시를 좇게 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름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여름에도 여름을 찾는 편이죠. 마치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싶은 그런 것처럼…)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최백규 <여름은 사랑> 내 앞에 있어도 너를 찾고...
2025.01.10 오늘의 시
January 10, 2025
고명재 <페이스트리> 매일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반죽에 섞고 언덕이 부풀 때까지 기다렸어요 물려받은 빵집이거든요 무르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사람이 강물이죠 눈빛이 일렁이죠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 거죠 인연은 크루아상처럼 둥글게 만두 귀처럼 레슬링으로 뭉개진...
2025.01.09 오늘의 시
January 10,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시스템 오류로 1월 9일자 시가 전송이 되지 않아 다시 보내봅니다. 죄송합니다. 황인찬 <흐리고 흰 빛 아래 우리는 잠시> 조명 없는 밤길은 발이 안 보여서 무섭지 않아? 우리가 진짜 발 없이 걷고 있는 거면 어떡해 그게 무슨 농담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2025.01.08 오늘의 시
January 8, 2025
이향 <반지> 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희미한 자국이 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 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 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 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저 강기슭...
2025.01.07 오늘의 시
January 7, 2025
폴 베를렌 <초록> 열매, 꽃, 잎사귀 가지들이 여기 있소 그리고 당신 때문에 뛰는 내 가슴이 여기에 있소
2025.01.06 오늘의 시
January 6, 2025
손미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밤을 두드린다. 나무 문이 삐걱댔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축을 깨무는 이빨을 자판처럼 박으며 나는 쓰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해 이 장례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뼛가루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2025.01.05 오늘의 시
January 5, 2025
김신용 <떨켜 1> 떨켜는, 잎이 스스로를 떨어트리는 매듭 이 매듭으로 잎과 열매는 가을의 가지를 떠난다 매듭이 없는 것들은 가지에서 추하게 낡아간다 떨어져 내려야 할 때 떨어져 내려, 나무를 텅 비우고 서 있게 하는 것 나무를 새로운 잎과 열매의 산실이 되게 하는 것 그것으로...
2025.01.04 오늘의 시
January 4, 2025
최지은 <시리즈> 너를 기다리러 왔어, 말하자 한 사람이 사라졌다 걷다보니 그애 집 앞이었다 비 내리는 운동장 유리창에 달라붙은 빗방울 얼굴이 너무 많다 당번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는데 누구를 찾는 것인지 안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미술 시간에는 세밀화...
2025.01.03 오늘의 시
January 3,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은 하상욱 시인의 시 몇편을 보내드릴까 합니다. 오늘도 무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인줄 알았는데 너라면 좋았을걸 하상욱 단편 시집 <금요일 같은데 목요일> 中 왜 하필 이곳에 왜 하필 당신이 하상욱 단편 시집 <같은 옷> 中 고민 하게돼 우리...
2025.01.02 오늘의 시
January 2,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벌써 2025년이라뇨. 날아가는 시간을 다시 한번 체감합니다. 2024년을 보내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이 시로 귀결되더군요. 어떤 시는 마지막 줄에 한 해 동안 미처 흘려내지 못한 모든 눈물을 쏟게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잘 버텨주어...
2025.01.01 오늘의 시
January 1, 2025
양안다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내가 내 문제를 끝낼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혼절한 단어를 너무 많이 받아 적었잖아. 우리는 해롭고 틀린 방식으로 기절합니다.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 등불이 밤새도록 헤엄치고. 목구멍은 가끔 악기가 되어서. 슬픔에...
2024.12.31 오늘의 시
December 31, 2024
이혜미 <재의 골짜기> 서로를 헤집던 눈빛이 부서져 휘날릴 때 네가 선물한 골짜기에 누워 깊숙한 윤곽을 얻는다 먼 곳에서 그을음을 퍼다가 쏟아놓고 떠난 사람, 흉한 마음을 모아둔 유곡으로 들어서면 검은 꽃과 삭은 과일들이 가득했지 어스름을 뒤집어 여명을 꺼내면 가라앉는 골짜기마다...
2024.12.30 오늘의 시
December 30, 2024
고명재 <노랑> 루드베키아라는 꽃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은 노란 꽃인데요 노랑은 독주를 넘길 때 목젖을 치는 모든 술들의 지느러미 색입니다 흔들어둔 샴페인을 누르는 엄지죠 지문 밑에서 전갈자리가 간질거려요 들리나요 개들이 흙길을 달리는 소리 우리는 밤하늘에 탄산수를 엎지른 채로 멀리...
2024.12.29 오늘의 시
December 29, 2024
김경미 <거기 그 꽃이 있었다면 안 갔을 겁니다> 유도화 핀 마을엘 도착했습니다 유도화꽃 이렇게 많은 줄 모르고 도착했습니다 우표만 하던 여자의 밥알만 하던 의상실 구석 우물 같은 화분에 피어 있던 꽃 자주 박살나던 우표와 밥알과 우물 자주 두 발 치켜든 우물을 지켜만 보던 꽃...
2024.12.28 오늘의 시
December 28, 2024
박상수 <18세> 어떤 날은 종일 스탠드에 앉아 운동부 애들이 빳다 맞는 것을 보았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막혀 있었다 철문 앞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담배가 떨어지면 문밖의 소릴 생각했다 나비로 핀을 꽂은 숏커트의 여자애가 머리를 기댔다 사라졌다 등나무 벤치, 오고가는...
2024.12.27 오늘의 시
December 27,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누구나 기다리는 전화 한통은 있지 않나요? 저도 늘 애정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애정하게 될 사람의 전화일지도 모르죠.) 아, 오늘은 제가 먼저 해야겠어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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