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6 오늘의 소설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어젯밤을 거의 꼬박 새웠습니다. 밤늦게 읽기 시작한 책을 아침에서야 끝냈어요. 그만큼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말입니다. 그 책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청예 [오렌지와 빵칼] 中
한 아이가 가벼운 몸으로 인파 속에서 튀어나왔다.
“아야.”
멍하니 있던 나는 피하지 않았다. 우리는 충돌했고, 아이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부축해 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괜찮아?”
아이는 다른 손에 초콜릿을 쥐고 있었다.
“괜찮아요.”
아이가 스스로 엉덩이를 툴툴 털고는 초콜릿을 살폈다. 다행히 초콜릿은 부서지지 않고 멀쩡했다. 아이는 헤벌쭉 웃었고, 나는 무릎을 조금 굽혔다.
눈높이가 맞았다.
“마트에 오는 거 좋아하니?”
“네.”
“여기에 자주 오니?”
“네.”
“올 때마다 좋니?”
“네!”
뒤에서 한 여자가 아이의 이름을 연발하며 서둘러 뛰어왔다. 아이를 쳐다보는 동안 주변 시야로 뿌옇게만 보였던 여자의 이미지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죄송합니다. 아직 애라서.”
“괜찮아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여자가 아이의 정수리를 꾹 누르니 아이는 태엽 인형처럼 자동으로 고개를 숙여 한 번 더 발음했다. 재송함미다. 그 아이는 전혀 죄송해 보이지 않았지만, 손안에 사랑하는 것이 있어 행복해 보였다.
나는 가만히 서서 다정한 모자를 바라봤다. 한여름날에야 겨울을 바라게 된 사람처럼. 머리가 삼켜진 다음에야 팔다리는 물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곤충처럼. 수장된 다음에야 아가미가 있음을 깨닫는 물고기처럼. 텅 빈 복도를 걷고 나서야 방학이 왔음을 깨닫는 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