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Archives
Search...
Subscribe
2025.01.15 오늘의 편지
January 15, 2026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1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해왔네요. 물론 늘 지켜지지는 않았습니다만, 하루에 한 편 여러분의 메일함에 도착하는 시 한 편이 여러분께 위로가 됐길 바랍니다. 서비스가 오늘부로 종료 될 예정입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지시겠지만, 그렇다고...
2026.01.14 오늘의 산문
January 14, 2026
김이듬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 <네가 원하는 건 이 상자 안에 있어> 中 퇴근하려고 책상을 닦고 있는데 한 사람이 황급히 들어왔다. 뒤를 이어 들어온 사람은 커다란 배낭을 멘 채 쿠키 상자를 들고 있었다. “아직 안 마쳤죠? 책 좀 살 수 있을까요?” 앞서 들어온...
2026.01.13 오늘의 소설
January 13, 2026
김애란 [바깥은 여름] - <가리는 손> 中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재이야, 어른들은 잘 헤어지지 않아. 서로 포개질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하는 게 반드시 이별을 의미하지도 않고. 그건 타협이기 전에 타인을 대하는 예의랄까, 겸손의 한 방식이니까. 그래도 어떤 인간들은 결국...
2026.01.12 오늘의 시
January 12, 2026
노은 <사랑을 치즈에 싸서 드셔보세요*> 봄이 오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말한 사람과의 약속을 기다리며 크림치즈가 잘 발린 통밀빵을 한 손에 네가 없는 옆자리에는 왠지 허전해서 나는 입을 벌리지 치즈의 쿰쿰함 입에서 흐물하게 터지는 올리브의 시큼한 맛 혀 뒤판에서 녹아내리는 사랑은 잘...
2026.01.11 오늘의 산문
January 11, 2026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어젯밤이 참 행복했습니다. 나의 약함이 약점이 되지 않는 밤이었어요. 나를 해칠리 없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참 충만합니다. 정미진 [네버랜드가 아니라도 네덜란드] - <동물들이 행복한 나라> 中 개뿐만이 아니라, 이곳 고양이들도 사랑받기는...
2026.01.10 오늘의 산문
January 10, 2026
안윤 [물의 기록] - <구멍> 中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어둡고 깊은 구멍 하나쯤은 있지 않냐고 당신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 구멍을 메우거나 메워 주는 일이 사랑일 리 없다는 것을, 그 구멍이란 게 애초부터 메울 수 있도록 생겨난 게 아니라는 진실을 당신과 나는 모르지...
2026.01.09 오늘의 시
January 9, 2026
김선우 <개가 짖는 이유> 내가 나의 말입니다 내가 나의 언어란 말입니다 나는 말과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르시겠어요?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자꾸…… 왜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자꾸…… 내 표정이 내 행동이 내 몸이 말이란 말입니다 말과 몸이 분리된 지 오래인 당신 종족이...
2026.01.08 오늘의 시
January 8, 2026
이동호 <사과> 이것은 둥근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동그란 주머니에 주사기처럼 사과 꼭지를 푹 찔러 넣어 두어 계절 동안 천천히 생각을 주입시켰다 나뭇가지 곳곳에 매달아 놓은 머리들이 좀 더 굵고 단단해졌다 더욱 단단하게 뭉쳐 놓은 저 둥근 생각들 사과나무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2026.01.07 오늘의 시
January 7, 2026
유진목 <21> 종려나무가 있었다. 그는 이 땅에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고, 그중에 어떤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시간에 그는 자주 고개를 숙였고, 남몰래 주먹을 쥐었고, 그러다 하품을 하였고, 이대로 끝이 난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는 지루함을 견디며 종려나무...
2026.01.06 오늘의 산문
January 6, 2026
김중혁 [미묘한 메모의 묘미] 中 화이트보드에 메모하기 소설의 시작은 언제나 화이트보드였다. 커다랗게 임시제목을 붙이고 한가운데 주인공 이름을 써넣으면 이야기가 시작됐다. 주인공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소설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화이트보드에 이름을...
2026.01.05 오늘의 시
January 5, 2026
김선우 <푸른발부비새, 푸른 발로 부비부비> 바스락, 푸른 발 한쪽씩 들어 보이며 구애를 하지 으쌰으쌰, 받아줘받아줘사랑하자사랑하자 바스락, 푸른 싹 봄마다 새잎 밀어 올리는 이 힘은 대체 어디로부터 으쌰으쌰, 사랑하자사랑하자네게갈게네게갈게 다정하고 장엄한 이런 아침 네가 웃자...
2026.01.04 오늘의 시
January 4, 2026
이새해 <나를 보는 네 표정에는 기쁨이 없다> 먼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가본 적 없는 해변으로 가서 오래 걷는다 녹슨 청동상 앞에 서 있다가 말을 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누구 앞에서든 같은 목소시로 말하고 애써 웃지 않는다 네가 떠오르지...
2026.01.03 오늘의 시
January 3, 2026
차유오 <풍선> 숨을 쉬는 것처럼 공기를 뱉어버린다 숨을 받아먹은 풍선은 점점 커지다가 나보다 커져버린다 풍선을 불 때마다 어항 속에 살던 금붕어를 생각한다 수면 위로 떠오른 금붕어를 당신은 금붕어를 변기에 버렸고 어린 나는 눈을 감고 울음을 터트렸다 기포처럼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2026.01.02 오늘의 시
January 2, 2026
박소란 <수> 컵을 들고 헤매다 쏟아버린 물 실내는 따뜻하고 둘러앉은 이들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사이 몰래 빠져나가 조용히 흐느끼는 사람의 뒷모습 나는 계속 신경이 쓰여서 내가 다 잘못했어요 말하고 싶어서 말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본다 깊고 탁한 그늘 속 찢어진 그림자처럼 잠긴...
2026.01.01 오늘의 시
January 1, 2026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김선오 <무빙 이미지 - 그리고 백 개의 휘어짐> 영화를 찍겠다고 했다. 너무 작아서 그걸로 되겠다 싶은 캠코더를 들고 너는 스물네 시간짜리 바다를 두개 찍겠다고 했다. 하나는 동해, 하나는 서해. 커다란 화면 중앙에...
2025.12.31 오늘의 시
December 31, 2025
강혜빈 <언더그라운드> 옆에 앉은 노인이 뒤척일 때마다 가방이 열렸다 닫힌다 무서운 빵냄새. 시간 속을 달려가는 머리들 약간의 끄덕임만을 허락한 채 “귤의 내부는 아이의 눈알처럼 검게 젖어 있네……” 문득 끼어든 동짝을 본다 이 세계에 없는 노래다 올라타는 표본과 내리는 표본이...
2025.12.30 오늘의 시
December 30, 2025
문정희 <취한 시> 드디어 나는 아무 데도 없다 환호가 나를 데리고 따가운 폭양 속으로 미끄러졌다 내일 따위 너 따위 연애 따위 나는 왜 가득히 비어 있는가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다 폐허가 자유 광란이 고립 악마가 허무 하체가 사라지고 헛웃음 출렁거린다 여기는 어디인가 모르겠고...
2025.12.29 오늘의 산문
December 29,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한 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그저 사람이었습니다. 수식어 없는. 그냥. 사람. 오늘도 어제와 같이. 올해도 작년과 같이. 저를 사람답게 만들어준 그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제가 좋아하는...
2025.12.28 오늘의 시
December 28, 2025
정 <영원에서 만나> 영원에서 만나자 0과 1사이에는 너무 많은 우리가 있어 밀리미터의 간격으로부터 나누어지는데 내 마음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들 우리는 언제나 영원할 거야 영은 그렇게 우리의 사이에 대해 말하던 날이 많았다 영원은 생각보다 매끄럽지 못했다 다정한 목소리가 사이를...
2025.12.27 오늘의 시
December 27, 2025
신이인 <값> 왜 저런 걸 끌고 여기까지 온 거지…… 지금 신고 있는 빈티지 부츠에 대해 당신이 질문한다면 집요하게 눈길을 보낸다면 나는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옛날에 누가 신발을 버리면서 돈까지 받았다고 버려진 신이 덜 부끄럽도록 배려하는 척 하면서 돈은 받았다고 나는 부츠...
Older arch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