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2 오늘의 시
박소란 <수>
컵을 들고 헤매다
쏟아버린 물
실내는 따뜻하고
둘러앉은 이들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사이 몰래 빠져나가
조용히 흐느끼는 사람의 뒷모습
나는 계속 신경이 쓰여서
내가 다 잘못했어요
말하고 싶어서
말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본다 깊고 탁한 그늘 속
찢어진 그림자처럼 잠긴 그를
침묵으로 허우적대는 그를
사람들은 모른다
맑게 흐르고 우아하게 스민다
실내는 따뜻하고,
그는 잠시 돌아본다
아무런 뜻도 담겨 있지 않은 빛으로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선 그는
서둘러 외투를 걸치고 가방을 챙긴다
어디 먼 곳으로 떠나려는 듯
가지 마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말하지 못하고
깨진 컵을
테이블 위에 그냥 가만히 놓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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