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2 오늘의 시
노은 <사랑을 치즈에 싸서 드셔보세요*>
봄이 오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말한 사람과의 약속을 기다리며
크림치즈가 잘 발린 통밀빵을 한 손에
네가 없는 옆자리에는 왠지 허전해서 나는 입을 벌리지
치즈의 쿰쿰함
입에서 흐물하게 터지는 올리브의 시큼한 맛
혀 뒤판에서 녹아내리는
사랑은 잘 녹은 에멘탈 치즈 같은 것
알루미늄 돗자리에는
강변과 어울릴 만한 것들이 담겨 있네
짧은 손톱으로 캔맥주 마개를 튕기면
퉤, 입으로 벌레가 들어오고
얼마 동안 잠이 오지 않았어
이렇게 고백할 때만큼의
안정감을 느낀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나는
나를 소모하지 않고
글을 쓰지 않은 적이 없구나 생각했어 그건 내가 나를
기다린 적 없다는 것
너를 그리워하지 않았다는 뜻
한 번에 마신 캔맥주에서 거품이 순식간에
올라오고
그건 자아를 풍선처럼 부풀린 다음
빵, 터뜨리는 너의 유머 코드와도 닮아 있었는데
다신 너를 떠올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렇지만 저길 봐 한강 위를 떠다니는 건
낡은 유람선이 아닌
그렇다고 북극곰도 아닌
지구가 더워져서 올해부터는
봄이 없대 계절의 틈이 더는 없어서
4월부터 이곳은 벌써
여름이고
계절이 몇 바퀴를 돈다는 말도 참 뻔한 것 같아
너는 그렇게 말할 것 같았지 평소처럼
자, 샌드위치에 모든 걸 얹어
비록 우리의 피크닉에는 늘
한 가지씩 빠져 있었지만
주차장에 덩그러니 놓인 짐처럼
너를 영영 어딘가에 두고 온 적 있지만
공원의 한쪽에서는 무언가 썩어가는 냄새가 나
얌전하게 미래를 기다리는
오후를 머들러는 섞지
미적지근해지도록
그렇지 우리는 죽음의 발아래에서
모두 같아지니까
열평형인 거니까 입을 다시며 다 함께
하나 둘 셋
치즈
네가 없는 이곳의 자연스러운 풍경
인화되지 않은 한입이 쪼개져 나가고
입체적인 빛을 손에 쥔 채로 힘을 준다
눈에 가져다 대면 무언가 보이기도 하였는데,
* 단편 애니메이션〈토마토를 김치에 싸서 드셔보세요〉(2018) 제목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