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오늘의 시
강혜빈 <언더그라운드>
옆에 앉은 노인이 뒤척일 때마다
가방이 열렸다 닫힌다
무서운 빵냄새.
시간 속을 달려가는 머리들
약간의 끄덕임만을 허락한 채
“귤의 내부는 아이의 눈알처럼 검게 젖어 있네……”
문득 끼어든 동짝을 본다
이 세계에 없는 노래다
올라타는 표본과 내리는 표본이 뒤섞인다
약간의 초조함만을 걸친 채
테이블보를 잡아 당기듯 서둘러
인사를 둘러대는 모양새
“나는 꼭 노인이 될 거야”
인간을 이루고 있는 세포와 물질은
빛과 냄새를 바꾸어가며 다채롭게 늙는다
너는 추운 나라의 스파이라고 했다
한 달 뒤에 죽는다고 했다
캐리어 가득 기다란 총이 들어 있다고 했다
한쪽 귀를 극장에 두고 왔다고 했다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감정은
분노와 고독, 두 가지뿐이라고 했다
천사에게도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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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터폰으로 새소리를 듣는다. 가짜 새를 구별해낸다.
b. 냉장고에 휴대폰을 넣는다. 도청하는 입술을 포갠다.
c. 차창에 콧잔등을 댄다. 흰 자국이 어떤 표정으로 사라지는지 기록한다.
d. 나는 오래 살 것이다. 너희들을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a’.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새들은 하품을 하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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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는 표본과 헐떡이는 표본이 뒤섞인다
깜빡거리는 내일을 기다리며
지구 반대편에서 열차를 타고 온 사람과
같은 칸에서 내렸을 때
여전히, 살아 있을 때
우리는 잠시 동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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