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0 오늘의 산문
안윤 [물의 기록] - <구멍> 中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어둡고 깊은 구멍 하나쯤은 있지 않냐고 당신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 구멍을 메우거나 메워 주는 일이 사랑일 리 없다는 것을, 그 구멍이란 게 애초부터 메울 수 있도록 생겨난 게 아니라는 진실을 당신과 나는 모르지 않았다. 그 구멍을 텅 빈 채로, 자기 자신에게조차 미지의 것으로 남겨 두어야만 이 지상에서 중력과 불화하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게 발붙이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서로 상대의 구멍을 메워 보려는 허튼짓 따위는 이제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러느라 시간을 선회하며 여기까지 왔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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