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1 오늘의 산문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어젯밤이 참 행복했습니다. 나의 약함이 약점이 되지 않는 밤이었어요. 나를 해칠리 없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참 충만합니다.
정미진 [네버랜드가 아니라도 네덜란드] - <동물들이 행복한 나라> 中
개뿐만이 아니라, 이곳 고양이들도 사랑받기는 마찬가지이다. 옥탑방이 있던 주택은 대여섯 가구가 마당을 공유하는 형태였는데, 그곳에 길고양이로 추정되는 고양이들이 자주 찾아왔었다. 길고양이들은 집을 돌아가며 밥을 얻어먹고 낮잠을 자고 애교를 부렸는데, 동네 사람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거부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그저 마당의 나무처럼, 길가의 꽃처럼, 이 주택단지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풍경처럼 여겼다.
옥탑방을 나와 새로운 집을 구할 때도 귀여운 일화가 있다. 집 구경을 한창 하고 있는데 거실에 웬 점박이 고양이가 태평하게 드러누워 있는 게 아닌가. 농담으로 부동산 직원에게 이 집을 렌트하면 고양이도 포함되는 거냐 물었다. 길고양이니 쫓아내겠다고 하거나, 고양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단속을 잘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
“고양이가 너보다 먼저 이 집을 차지했으니, 당연히 고양이도 포함이지.”
그 유쾌한 답에 낮잠 자는 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기분 좋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집고양이뿐만이 아니라 주인 없이 떠도는 길고양이들도 하나같이 ‘사랑받는 존재’ 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산책하다가 종종 만나는 길고양이들은 신기하게도 사람들을 피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나타나면 차 밑이나 전봇대 뒤로 숨기 바쁜데, 여기 길고양이들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리며 배를 내고 드러눕는다.
마치 “인간들이 우릴 해칠 리가 없지.” 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듯. 사람에게 해코지를 당한 나쁜 기억이 없기에 나올 수 있는 본능적인 행동일 테다.
그런 고양이들은 죄다 토실토실 살이 쪄있고 눈과 귀가 깨끗하며 털이 복슬복슬하다. 길고양이들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집고양이가 산책을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건강해서 지금껏 길고양이를 볼 때면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던 서러운 감정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그 무방비하고 태평한 몸짓을 보다 보면, 이곳의 동물들은 참 복 받았구나 싶다. 이곳에 와서 나는 자주 농담반 진담반으로 네덜란드의 개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고는 했으니, 녀석들이 뿜어내는 행복의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