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7 오늘의 시
신이인 <값>
왜
저런 걸 끌고 여기까지 온 거지……
지금 신고 있는 빈티지 부츠에 대해 당신이 질문한다면
집요하게 눈길을 보낸다면
나는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옛날에
누가 신발을 버리면서 돈까지 받았다고
버려진 신이 덜 부끄럽도록
배려하는 척 하면서
돈은 받았다고
나는 부츠 밑창이 썩은 것을 알지 못하고
그것을 샀다
내 발을 길들이려는
과거에는 살아서 스스로 움직였던 가죽의
방어 자세나
본능을 이해하려 들면서
절뚝이면서 학교에
꽃집에 갔다
신발을 어르고 달래는 법을 배웠다
얘야
나는 버리는 사람이 아니란다
아니어야 해 그러니까
내가 더 배울게
꽃집에서 사귄 시클라멘 화분은
처음 만났을 때 내 멋진 신발을 칭찬했고
두번째엔 못 본 척했고
세번째엔 문득 울었다
넌 걸을 수 있지
너 같은 인간들은 걸을 수 있어
그래서 멀리 떠났지
내게 오지 않았고
넌 오지 않았어
넌 오지 않을 거야……
시클라멘은 아주 사랑스럽고
뿌리와 잎, 줄기 전체에 독을 가졌다
나는 버리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화분을 샀다
모든 것을 알고도
벌레 많은 화분에 빵을 비볐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니
왜 이렇게 사랑스럽게 만들었니
사기당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춤을 추었다
기쁘게 기쁘게
나는 기쁘다 나는 행복하다
그러면 언제부터인가 정말로 발이 아프지 않았다
그 화분은 우리집에서 죽었고
난 이 이야기를 돈 받고 판다
살면서 내가 배워먹은 것이 이뿐이니까
돈을 받을 때
너 사랑을 했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 피폐해서 나는 신발을 벗다 말고 주저앉아 신나게 울었다
그래 맞아
내 발이 이렇게 생겼었지 확인할 수 있었던
어떤 하나뿐인 꽃의 장례식장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