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0 오늘의 산문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정말 여름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뜨거운 햇빛에 “아직 여름인가?” 싶던 오늘입니다. 벌써 10월 중순인 건 잊은 채로 말이죠. 오늘은 처음으로 제가 쓴 글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작년 여름에 쓴 글이네요. 부족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청포도 하나를 우물우물 씹어먹듯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한은별 <청포도>
겨우 이런 걸로 기뻐해야 하나,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물론 먼 훗날 돌아보면 “그저 좋았다”라고 표현하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좀 껄끄럽죠. 맛은 있는데 새끼손톱만 한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그 작은 걸 먹은 와중에도 입은 텁텁하고, 빈속에 먹었더니 속도 울렁입니다. 또 어떤 날은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맛있지도 않은 음식을 누가 입속에 밀어 넣는 일도 더러 겪어요. 체증이 오는데 그 앞에 대고 “음식이 참 맛있어요” 해야 해서 그럴지도 모르죠.
당신은 맛있는 것만 많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제철 음식으로, 때에 맞춰서. 여름엔 청포도가 제철이라죠.
푸르름이 번져 오르는 여름에,
푸른 바다가 파도와 바람을 건네오는 조용한 해변가에서,
푸르게 익은 청(靑)포도를
당신이 입이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떼어 넣어주고 싶어요. 당신의 속이 불편하지 않게, 천천히, 하나씩. 도심 속에서 지겹도록 삼키고 씹어야 했던 수많은 것들이 당신을 지칠 대로 지치게 하고, 종종 불편하게 하고, 때때로 슬프게 하고, 가끔은 아프게 했겠지만. 나는 섬처럼 남아 당신을 기다리며 청포도를 따고 있을 거예요. 당신을 기다리는 매 순간을, 당신을 대하듯, 정성을 다하면서요. 오래 오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쓰듯이, 나도 당신이 없어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