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3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요즘 정말로 책 읽을 시간이 없네요, 라고 말하는 건 핑계겠지요. 시간은 있을지언정 정말 자리잡고 앉아 고요히 책을 읽을 정신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은 제 시를 공유합니다. (‘시’라고 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군요.) 저번 이후로 뭔가 용기가 생겼달까요. 부족한 솜씨지만 한번 읽어주셔요. 감사합니다.
한은별 <까마귀 pt. 1>
그때 그 맥주병이 깨지며 어떤 소리를 냈던가. “쨍그랑” 이었던가. 아니면 “우지끈”이나 “와장창” 같은 소리였던가. 그게 그렇게 쉽게 깨질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말야.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여자애가 그렇게 쉽게 깰 수 있었던 거였구나, 싶었어. 너는 그걸 빤히 바라보다 한마디 했지. “저게 저렇게도 깨지는구나.” 그래. 저게 저렇게도 깨져. 그게 그렇게도 부서지고. 이게 이렇게도 무너져.
그리고 나는 반짝거리는 걸 속절없이 사랑하게 된 까마귀가 됐어. 유리를 모으는 까마귀. 온몸이 다 긁혀 피투성이가 된 지도 모른 채, 깨지고 바스러진 낡은 유리 파편들을 모으는 까마귀. 까마귀가 돼버린 나는 주변에 널려있는 유리 파편들이, 사람이었을 적 스스로가 깨부순 맥주병이라는 사실을 빤히 잊은 채 그 조각들을 모아 다시 이어 붙히려고 애를 썼지만. 그 맥주병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제대로 기억 못하면서 뭘 어쩌겠다는건지.
하여튼 조금이라도 반짝거리는 것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웠는데도 참 예뻐서 입에 물고 있었거든? 아니, 아니지. 부리로 물고 있었는데 이 파편이 안을 죄다 상처 내놔서 숨 쉬는 것, 먹고 마시는 것, 말하는 것,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게 됐어. 망가질대로 망가지면서도 너무 예뻐서 뱉지도 못하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