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5 오늘의 시
강성은 <미니멀 라이프>
무인 세탁소에서 누군가의 이불이
무인 카페에서 음악이
무인 제과점에서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이
무인 정육점에서 어제 죽은 동물이
무인 부동산에서 무너진 집들이
무인 도로 위에 식물들이
무인 책방에서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인간 없는 곳에서
인간 없이도
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한 너는 현관문을 열고
집 안의 물건을 하나씩 밖으로 옮긴다
나를 잘못 쓴 원고처럼 구겨져 던진다
무인 자동차가 나를 치고 지나간다
무인 우주선이 꿈의 궤도를 돈다
나는 나로부터 점점
이제 여긴 아무도 없네요
나는 비로소 숨을 쉬어본다
손톱과 모발이 해변의 잡초들처럼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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