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오늘의 시
구현우 <전국에 내리는 비>
폭우가 내린 날이었어
이별한 너를 생각한 날이기도 했다
빗물에 나의 집 나의 모든 방이 잠겼다는 게
믿어지니 믿기 어려웠지만 믿을 수 없는 현실로서
도망쳐야 했어
그런데 어디로?
전국에 내리는 비래
우산을 든 손과 에코백을 든 손이 공평하게 젖었지 언더그리운드와 목공소를 지나 레인보우 브리지를 건너는 와중에도
일인극은 계속되었다
이별한 날보다 이별한 너를 생각하는 날이 더 슬픈 까닭은 단지 방 안까지 물이 흘러들었기 때문이겠지
콘크리트에 칠해진 그라피티의 심정으로
사랑을 중얼거린다 사랑을…… 아니 사랑 같은 것을 중얼거린다
이런 빗소리가 배경음이 되어줬다면
헤어지기 전에
아무 얘기라도 했을 것 같아
해피엔딩은 없어
해피엔딩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 뿐
한여름인데 춥고
비는 그치지 않았어
소름 끼칠 정도로 빈틈없이 쏟아지는
그날
의 비주류 음악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천변 카페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노트북과 에이드의 탄산과 기나긴 선잠
호주머니에 물이 들기만 했는데 아주 무거웠지 그런 상태로 한참을 걸었어 이 비는 계속될 것 같아 이 비가 계속 이어질 것 같아
마음과 영혼을 어떻게 구별하면 좋을까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침수된 그 집이
언덕에 있다 하면 다들 유령의 표정으로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어
Don't miss what's next. Subscribe to 靈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