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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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6 오늘의 산문
December 26, 2025
정이현 [네잎클로버 토마토 페스토] 中 먼저, 설명을 들어주신 후에 마음껏 드셔주시면 됩니다. 리소토를 선택하신 고객님이라면, 리소토 쌀을 불리는 시간은 내가 나를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가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따라서 부드럽게,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충분히 오랜...
2025.12.25 오늘의 시
December 24,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실 그보다… 아프지 마세요. 몸살감기에 걸렸는데, 죽다 살아나는 중입니다. 날씨가 매우 추워요. 행복한 날에 괜히 아프시지 마시고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따뜻한 티피*의 공간에서 따뜻한 시간...
2025.12.24 오늘의 시
December 24, 2025
서귀옥 <모자는 많고 죄는 다양해요> 죄지은 사람과 죄 지을 사람은 모자를 눌러쓰는 버릇이 있어요 죄를 덮는 덴 모자만한 게 없죠 모자를 쓰고 죽이고 싶은 사람 떠올리면 죽인 거나 다름 없어요 모자는 중독성이 강해요 이걸 죽여, 말아! 모자도 쓰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 겁주는...
2025.12.23 오늘의 시
December 23, 2025
박소란 <없는 연습> 날벌레가 있다 죽어가는 날벌레가, 하필 주전자 속에 물을 끓이려다 말고 나는 기다린다 조그맣게 요약될 하나의 죽음을 어디야? 오고 있어? 몇통의 메시지를 보내고 읽다 만 책을 들어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어떤 문장에는 일부러 진하게 밑줄을 긋는다 ...
2025.12.22 오늘의 시
December 22, 2025
안미옥 <거미> 새벽이 되기 전부터 저 닭은 울고 있다 어차피 허물어질 것이라면 연약한 재료를 구하고 싶었다 허공을 돌면서 지금은 버티는 중이라고 나를 속여왔다고 물을 견디고 있는 모래벽 연결은 끊을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된다 내게는 외면하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 도망치는 발에게서...
2025.12.16 오늘의 시
December 16, 2025
심진숙 <보름달고래> 마지막 몸을 눕히기에 좋은 해변 달이 부르면내 안의 바다가 대답을 해물에서 왔다는 나의 조상들의 혼들이밤의 수면 위에서 반짝거리지 파도치는 몸속의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전 죽은 이들의 흔적에서처음의 세상에 닿을 것 같은 밤이 있어불면의 빛보름달이 뜨기 전에...
2025.12.15 오늘의 산문
December 15, 2025
엄태주 [배움의 배신] - <예, 제가 바로 그 가방끈 긴 백수입니다> 中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했고, 사회가 궁금해 시민단체에서 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배웠고 논문을 써 학위도 취득했다. 하지만 그래서 뭐? So what?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들을 했지만...
2025.12.14 오늘의 소설
December 14, 2025
이희영 [쿠키 두 개] 中 그렁한 두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그 모습이 내 안 깊숙한 곳에 잠가 두었던 단단한 문을 열어젖혔다. “이거 파는 거 아니에요. 내가 마시려고 사 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마셔도 돼요.” 조금의 당혹감도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 말끄러미 나를...
2025.12.13 오늘의 산문
December 13, 2025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 <도시에 공급하는 고독의 가격을 낮춰 주기를> 中 밤이 밝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말했다시피 가난한 연인들은 키스를 하거나 오랫동안 포옹하고 있을 공간을 찾지 못할 테고, 결국 욕구 불만으로 그들은 인생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으리라....
2025.12.12 오늘의 시
December 12, 2025
조온윤 <묵시> 내가 창가에 앉아 있는 날씨의 하얀 털을 한 손으로만 쓰다듬는 사람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다시 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왼손과 오른손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밥 먹는 법을 배운 건 오른손이 전부였으나 밥을 먹는...
2025.12.11 오늘의 시
December 11, 2025
류시화 <나보다 오래 살 내 옷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나를 먼저 떠나 보내는 슬픔을 못 이겨 힘없이 늘어진 너의 두 팔과 꺾인 두 다리 아침마다 너의 빈 곳을 채워 주던 살의 온기와 뼈의 무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으로 감정의 습기로 눅눅해진 너의 소매며 누가...
2025.12.10 오늘의 시
December 10, 2025
김명은 <검은 정장과 회색 뱀 무늬 스타킹> 누워 있어도 기어다니는 뱀 같아 발 빠른 누군가 뱀으로 오인하고 무차별 때려죽일까 다리 굵기의 뱀이야 많으니 눈을 치켜뜨면 뱀 눈이야 검은 머리와 다리가 두 개인 뱀 두 개의 발끝에서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뱀 그런데 입은 뱀 가죽 벗겨지지...
2026.12.08 오늘의 시
December 8, 2025
이돈형 <비빔국수> 비빔국수를 시켜 놓고 끼니때마다 비빔국수를 먹을 수 있다면 행복이겠다 싶다가 나는 왜 이 비빔국수가 좋을까 자문하다가 비빔이라는 말에서 섞임에 백기 든 사람처럼 잠깐 헝클어지다가 갓 나온 비빔국수를 젓가락으로 뒤섞는다 설기 썬 상추와 채 썬 오이 위에 앙증맞게...
2025.12.06 오늘의 시
December 6, 2025
임지은 <과일 교도소> 딸기는 이곳이 처음이다 그건 오렌지도 마찬가지 포도는 일주일 전에 수감되었다 딸기는 자주 죄를 짓는다 분명 있었는데 없으니까 마음이 사는 세계와 닮았다 머리가 하얀 딸기의 꼭지를 따고 세계의 가장 심심한 부위를 꾹꾹 짓이긴다 마음은 날씨의 영향...
2025.12.05 오늘의 시
December 5, 2025
이수진 <첫눈이 내리면 꽃집> 첫눈이 내리면 나는 내 몸 어딘가에 앉고 싶어진다 기억에 없는 어느 시간이 막 들이밀고 와서 설렘을 한가득 피워낼 때면 나도 모르게 오후의 불안 뒤로 두 걸음 물러나곤 하였는데 그날은 거기 꽃집이지요 어떤 목소리가 내게 들이닥쳤다 나는 얼결에 존재와...
2025.12.04 오늘의 시
December 4, 2025
남수우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이었네 그는 그 먼 곳을 안으러 간다고 했다 절뚝이며 그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내가 방을 돌보는 동안 거실의 소란이 문틈을 흔든다 본드로 붙여둔 유리잔 손잡이처럼 들킬까 봐 자꾸만 귀가...
2025.12.03 오늘의 시
December 3, 2025
이현숙 <너는 토마토를 들고 나는 설탕을 준비하고> 잘 익은 토마토는 강아지였다가 고양이였다가 연인이었다가 재미있는 글자가 된다 거꾸로 읽어도 옳게 읽어도 토마토는 예외 없이, 스스로를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다 세상 모든 달콤한 것들은 과즙을 품고 나에게로 오다 뭉개진다 축제는 늘...
2025.12.02 오늘의 시
December 2, 2025
신용목 <겨울의 미래> 여름의 바다, 파도는 가끔 눈사람의 말을 한다 하얀 입술 하얀 몸, 어디에 내린 눈이 몸이 되고 어디에 내린 눈이 머리가 되는지 알 수 없는 눈사람의 어디에 치는 파도가 몸이었고 어디에 치는 파도가 머리였는지 알 수 없는 바다에서 수평선은 고래를 키운다...
2025.12.01 오늘의 시
December 1, 2025
박서영 <눈사람의 봄날> 이사 다닌 집들이 눈사람처럼 녹아 사라져버렸다 환한 벚꽃이 깨진 창문을 잠시 엿보다 가버리고 이후의 긴 그늘에 대해선 모두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런 국도를 지나쳐, 지나쳐온 봄날이었다 길고양이 한 마리처럼 도시 외곽에서 달을 분양받았지만 나의 열망은 달과...
2025.11.30 오늘의 시
November 29, 2025
이나명 <구름신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만나러 오기도 하나요 한 생에 흘린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놓인 징검다리가 되나요 그렇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만나러 가기도 하나요 발갛게 피가 도는 구름신발을 신고 겅중겅중 서쪽 하늘 길을 건너서 만나고 또 헤어지나요 가슴에 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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