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5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실 그보다… 아프지 마세요. 몸살감기에 걸렸는데, 죽다 살아나는 중입니다. 날씨가 매우 추워요. 행복한 날에 괜히 아프시지 마시고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따뜻한 티피*의 공간에서 따뜻한 시간 보내셔요.
메리 크리스마스.
구윤재 <티피*>
티피,
부르면 총총총 걸어온다
끌어안는다
티피라고 부르면 반응하는 너를
티피는 명도에 차이가 있는 세 가지 갈색 털과 그것을 아우르는 하얀 털로 덮여 있다 티피는 눈이 절반만 녹은 운동장 같다 돌아보면 흙 발자국이 남는 티피 끌어안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무게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티피 부르면 제 몸보다 큰 공간을 가지고 오는 티피 품에 안는 순간 나는 진입한다 티피의 공간에
티피와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티피에 머무른다 티피와 내가 티피 속에서 하는 일은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이다 미끄럽고 질척질척한 운동장에서 티피와 나는 멀리 보는 연습 한다 시선을 멀리 두면서 배우게 되었지 멀리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외계의 안녕을 비는 일이 발치로 날아온 공을 날려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을 때 티피는 이미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놀란 내가 눈을 쓸어내리자 눈 아래 어디에선가 티피가 기분 좋을 때 내는 고로롱 소리가 들렸다 티피야 그거 아니야 얼른 나와 말해도 좀처럼 티피를 찾을 수 없었지 눈을 덜어낼수록 멀어지는 티피의 몸처럼
완전히 망연자실하여 주위를 둘러봐도 전부 하얀 이곳에서 어떻게 티피를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나는 티피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큰 원을 만든 뒤 그 안에 몸을 구긴 채 잠을 청했다 깨어났을 때 커다랗고 무거운 솜이불 아래서 티피를 꼭 안고 있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티피, 넌 정말 못 말리는 평원이었지
어느새 눈이 다 녹은 자리에서 티피를 부른다
바람을 맞다 보면
알게 된다
멀리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눈이 녹은 자리에 빛이 고인다
쓰다듬으면
티피가 고로롱고로롱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