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오늘의 시
조온윤 <묵시>
내가
창가에 앉아 있는 날씨의 하얀 털을
한 손으로만 쓰다듬는 사람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다시
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왼손과 오른손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밥 먹는 법을 배운 건 오른손이 전부였으나
밥을 먹는 동안 조용히
무릎을 감싸고 있는 왼손에게도
식전의 기도는 중요합니다
사교적인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 둘러앉아
뙤약볕 같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
침묵의 몫입니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가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
왜 그렇게 말이 없냐고
말을 걸어오면
말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다
말이 없어집니다
다섯개의 손톱이 웃는 모양이라서
다섯개의 손톱도 웃는 모양이라서
나는 그저 가지런히 열을 세며 있고 싶습니다
말을 아끼기에는
나는 말이 너무 없어서
사랑받는 말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식탁 위에는 햇볕이 한줌 엎질러져 있어
커튼을 쳐서 닦아내려다
두 손을 컵처럼 만들어 햇빛을 담아봅니다
이건 사랑받는 말일까요
하지만 투명한 장갑이라도 낀 것처럼
따스해지기만 할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침묵을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 곁에 찾아와
조용히 앉아만 있다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가 나의 왼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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