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오늘의 시
심진숙 <보름달고래>
마지막 몸을 눕히기에 좋은 해변
달이 부르면
내 안의 바다가 대답을 해
물에서 왔다는 나의 조상들의 혼들이
밤의 수면 위에서 반짝거리지
파도치는 몸속의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전 죽은 이들의 흔적에서
처음의 세상에 닿을 것 같은 밤이 있어
불면의 빛
보름달이 뜨기 전에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 저녁
고래는 달이 부르면
뭍으로 올까
머리를 수면 위로 내놓고 서서 잠이 들어야 하는
바다의 생을 마치고
누울 곳을 찾아
보름달이 아름다운 섬을 찾아왔다는 고래 이야기
볼음도에 달이 뜨면
볼록한 고래의 배가 두둥실 떠올라
해변에 닿았다지
불면의 기원을 어디에서 찾을까
이명으로만 들리는 대답
사흘은 고래로 사흘은 인간으로 살았다는 고래인간처럼
주파수를 놓고 홀로 노래하지
물로 향하는 나와
뭍으로 향하는 고래의 달빛을 듣기 위한
질문이 길어지는 밤
귓속에서 우는 고래 소리
보름달이 뜨면
Don't miss what's next. Subscribe to 靈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