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 오늘의 산문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 <도시에 공급하는 고독의 가격을 낮춰 주기를> 中
밤이 밝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말했다시피 가난한 연인들은 키스를 하거나 오랫동안 포옹하고 있을 공간을 찾지 못할 테고, 결국 욕구 불만으로 그들은 인생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으리라. 밝은 빛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린 나무들은 더 이상 생식하지 않을 것이며, 거기 하늘을 올려다봐야 캄캄한 하늘만 보일 뿐일 테니 절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더욱 절망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우리가 저마다 홀로 나무에 기대거나, 혹은 호숫가에 서서 별을 바라보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혼자서 별을 바라본다는 건, 단순히 별을 관찰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건 고독을 인정하는 일, 혹은 자기 안의 어둠을 직시하는 일이다. 밝은 신도시의 밤에는 내가 고독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제 고독은 부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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