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 오늘의 시
박민서 <아메리카노>
물결이 만든 음악을 아시나요
가난을 감추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에티오피아
은밀한 신비감으로 뜨겁게 흔들고 나면
가야 할 원점을 잠시 잃는 도시가 있어요
북위 23.5도에서 남위 25.5도까지 햇빛이 꿈틀거려요
커피나무에서 햇볕에 그을린 아이들 손이 자라고
트리니티 대성당엔 아이들이 두 손 모으고 있어요
하루를 하루로 풀기 위해 아침을 마시지만
중독은 개기일식처럼 순간의 어둠이에요
수면을 깨뜨리고 길을 내어드린 몸속
되돌아올 수 없는 유일한 통로가
중독의 은신처이니까요
커피 속 캄캄하게
숨은 말들이 밖으로 한 모금씩 빠져나오면
그 많던 회오리도 한순간에 침묵하지요
복종은 나를 잊어야 완수하는 것
이 어둠의 끝은 쓴맛이 끝난 자리
이른 아침 때론 늦은 오후에 마시면
영혼까지 지배하는 이 힘을 어떻게 아이들은 이해할까요
내 안으로 칩거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정
저항이 없는 두려운 중독을 에티오피아에서 퍼뜨렸을까요
까만 어둠만 마셨을 뿐인데 밤새 하얘지는
아침의 기분은 아메리카노입니까
두 손이 나무 끝까지 자란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아침마다 커피로 쓰디쓴 안부를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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