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3 오늘의 시
박다래 <카페에서 일어나서 카페 가기>
어떤 아름다움은 글이 되지 않는다
소설을 썼다 앞부분만 40여 번 고쳤다
그러는 동안 자전거가 카페 앞에 멈췄고
형광 털모자를 쓴 친구가 내렸다
좋은 것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함께 서로의 글을 읽었다
다양한 형태의 글을
어느 한 시절의 아름답고
우울한 이야기를 담는 동시에
그것과 현재와의 접점을 찾고 있어
처절하게 느껴졌어
나 대신 진선이 나온다는 점에서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었고
여기까지가 내가 친구의 글을 보고 했던 이야기
가끔씩 말하면 돼 힘들 수도 있지만
적어서 주어도 나는 고맙지
때로 언어는 마음과 가장 먼 이야기로 수렴된다
우리는 잠시 글을 쓰다가 멈춘다
바싹 마른 단풍의 계절인데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천천히 그랬다
우리는 카페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친구는 자전거를 끌면서 걸었다
그러는 동안 몸에 따뜻한 피가 돌았다
우리가 나온 카페가 노랗고 선연하게 빛났다
우리는 다른 카페를 물색하고
나는
죽은 글로부터 도망가고 있었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밤
차가운 밤
조각난 꿈을 굴리는 밤
한 번도 자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런 것을 써도 괜찮을까 생각하다가
무언가가 되어보기로 했다
기계 시
시와 닮은 것
소설
낙엽 커피 계단
그 무엇도 아닌 것 되기
같은 것과 다른 것
차이와 반복
밤이 가까워지고
흰 눈 속에 붉은 단풍이 선명하다
그런 식으로 매일 쓰면 수십 편도 더 쓸 수 있겠어요
기계가 된 걸 축하드려요
그렇게 한다면
그렇다면
친구는 다른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 그날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친구는 운전을 배우기로 했다. 운전을 배워서 올해가 끝나기 전 두물머리에 드라이브를 가자고. 두물머리는 양수리. 두 물의 머리가 만나는 곳. 다른 카페에 가서 하이볼 두 잔을 마시니, 운전 배우기는 틀렸다고 했다. 커피와 술이 뱃속에서 섞이고, 우리의 계획은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