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1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최근에 좀 뜸했죠? 그렇게 바빴던 것은 아니고요. 소설 하나에 꽂혀서 그것만 읽느라 보내드릴 시를 못찾았습니다… 물론 그 소설도 며칠 전 이미 소개했었네요. 여러 책을 동시에 읽으며 소개해드리고는 있지만 가끔은 소재 고갈이랍니다. 하하… 이럴 때마다 이해해주십사 하는 마음을 전하며 오늘은 제가 참 좋아하는 양안다 시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양안다 <자각몽>
마지막으로 여행 간 기억이 언제야? 어젯밤, 어젯밤 꿈속에서 너와 소풍을 갔어 초원에서 싸 온 음식을 나눠 먹는데 나는 빵을 가져왔어 그래서 우리 싸웠던 거 기억 안나? 너는 떡을 좋아하는데 내가 빵을 싸 왔잖아 서로가 부서질 듯이 소리치며 싸웠잖아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 내가 언제부터 떡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어 엄마가 날 임신했을 때 떡을 자주 먹었나 봐 그래서 너무 끈적하고......끈적하게 산 것 같아 끈적하게 사는 건 어떻게 사는 거야? 나는 건조하거나 푸석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데 목이 막힐 것처럼 운 적은 많은 것 같아 이상하지? 우리 엄마는 빵을 안 좋아하는데, 네가 어제의 여행을 기억 못하는 것도 정말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질 않아 나는 이상한 것을 너무나 많이 봐서 면역이 되었는지도 몰라 이제는 모든 것을 추측할 뿐이야 추측하다가 추측하고 추측하게 되면 나는 나일 거라고, 추측으로 결론이 나 버려 그게 사실일 것 같아서 너무 무섭고 너무 우울하다 지금 보니 너는 꼭 영화 속 주인공처럼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슬픔이나 아픔이 너를 주목한다고 생각하잖아 추측은 그만하자 우린 어제 소풍을 다녀왔잖아 초원에 앉아 지평선을 보며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잖아 네가 날 미친놈이라고, 멍청하다고 하면서 그런 나한테 사랑을 느끼라는 거야? 너 정말 이상하다 어제 그 초원이 안 떠오른다고? 나한테 소리친 것도? 나한테 왜 빵을 싸 왔냐고 물었잖아 네가 녹을 것처럼 울었잖아 너는 정말 너인 것처럼 말을 하는구나 너랑 소풍 간 애가 내가 아닐 텐데, 지금 너는 잔디처럼 흔들리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