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7 오늘의 시
이승희 <문으로부터>
문이 되기로 했다
흰 벽에 매달린 채
경첩에 묶인 몸이 한쪽으로 흔들렸다
누군가 나를 두드린다
정중하게 혹은 거칠게
바깥은 자꾸만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되도록 조용히 닫혀 있으려 애썼다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게
온기조차 숨긴 채
방 안엔 조용히 우는 식물이 하늘하늘
햇빛이 없어 잎 대신 시간을 말리고
이따금 바깥의 소리에
물들고 싶었지
스스로 잎을 태워 한 줌 재로 흩어지던 날
손에 남은 그을음을 들고 문을 열었다
이제야 안이 바깥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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