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0 오늘의 시
하재연 <스트로베리 문>
여기는 달이 없는 세계니까
어둠 속에 두둥실 떠오르는 다른 형상을 그려 보고 있었던 같다
우리는
여섯 개의 고양이의 눈이라든가
한 입 베어먹은 딸기들이 조르륵 원을 그리고 있다든가
뭐 그런 불가능하고 무한한 발걸음 같은 것.
달이 사라져서 지구가 어두워진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어두워져서 결국 달이 사라졌다는 그런 이야기가
검정 교과서에 등장하고
검정 교과서가 왜 까맣지 않지? 궁금했었어 나는
아마도 내가 만들어낸 기억인지 모르지만
너는 거의 아무것도 없이 웃어버리고 만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너의 두 손이 쥐고 있는
유원이 어떻게 우리를 둘러싸게 되었는지
그 둥그런 달무리 같은 빛의 존재가
꿈에서 본
달이 존재하는 예전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 같았고
언덕을 넘으면 인공 딸기밭이 있대
그런데 인공이란 뭘까? 참 이상한 말이다
인공 달이 열두 개씩 뜨는 나라에서
우리에게 마치 기원이라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낸 기억과 같이 나는
너와 함께 목격한 어둠 속에 떠오르는 형상들에 대해
기록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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