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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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1 오늘의 시
August 31, 2025
손음 <사물 낭독 - 느와르 흰,> 나는 한동안 왜 그렇게 괴로웠을까 나는 이제야 겨우 벚꽃을 응시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불안에 떨게 했던 벚나무의 신비에서 자유롭게 된 것이다 한 며칠 장기가 밖으로 쏟아질 듯 기침을 하고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는데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저 흰,...
2025.08.30 오늘의 시
August 30, 2025
이용임 <비의 잔향> 비가 그치고 소리 빗방울이 머무르는 소리 잠에서 헤어 나온 손바닥에 달라붙어 빛나는 소리 비가 걸어놓은 액자 딸기와 체리 장식이 무너지지 않게 잘라놓은 생일 케이크처럼 둥그렇고 흰 접시처럼 소란한 찬사가 벽에 부딪치고 수줍은 박수가 소용돌이치고 완벽한...
2025.08.29 오늘의 시
August 29, 2025
구석본 <태초의 말씀> 가을의 말씀에는 은유가 없다 은유의 꽃이 사라지고 은유의 잎이 떨어지고 은유의 뿌리였던 허기와 향기가 지워지고 나면 원색의 하늘만 남아, 침묵의 하늘만 남아 태초의 말씀, 허공 가득한 바람의 의태어로 그대의 한 생을 증언하고 있다.
2025.08.28 오늘의 시
August 28, 2025
윤은성 <주소를 쥐고>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제는 기다리면 되니까. 하차한 바로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사람들은 지나간다. 마주할 일이 있다고 하면 겁을 먹기도 하면서. 더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견주면서. 거대한 밤과 통로. 폭죽을 터뜨리고 싶다. 그러나...
2025.08.27 오늘의 시
August 27, 2025
임지은 <중요하지> 불면증인 사람에겐 베개가 중요하지 높낮이에 따라 꿈의 내용이 달라지기라도 하듯이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지 않고 잤다 꿈을 꾸지 않고 자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내가 너무 부러울 지경이었지 흔들어 깨우고 싶을 만큼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에겐 높이가 중요하지...
2025.08.26 오늘의 시
August 26, 2025
이병국 <별의 안부> 풀린 동공의 검은 하늘에서 기억을 긷는다 나란히 눈을 맞추며 한 움큼의 몸을 맞댄 첫날부터 사그라드는 박동에 손을 얹은 끝날까지 조각 빛을 나누어 베고 웅크린 시절로부터 빼곡한 날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충만하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 품던 둥근 모양으로 네게...
2025.08.25 오늘의 시
August 25, 2025
류미야 <미메시스> 왼손이 나타나면 오른손이 사라지고 왼발이 나타나면 오른발이 사라진다 우리는 이런 존재를 사람이라 부른다 엎어져 기는 순간 두 손은 곧 다리다 바락바락 우기다 지옥이 된 지상에선 바닥은 깨지지 않는 청동 거울이 된다 죽일 듯 노려보는 증오의 얼굴이여, 거울 속...
2025.08.23 오늘의 시
August 23,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흔히 말하는 “덕질”을 했는데요. 제가 팬이었던, 그리고 팬인 가수 분들께 이 시를 직접 읽어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전해드립니다. 제겐 그 “덕질”이 저의 10대였고, 20대, 30대일거고, 다시 사랑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2025.08.22 오늘의 시
August 22, 2025
박판식 <곧 도착> 7분간 나는 버스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착각이다 사진 속 딸 작은 손이 보온병 같다 5002번 이층버스로 이어폰 낀 여승이 올라간다 플라타너스가 껍데기를 벗고 있다 생명의 불씨가 온 몸뚱이에서 살아나고 있다 광역버스 무경력자 모집 평생...
2025.08.21 오늘의 시
August 21, 2025
이수익 <물의 나라> 아주 깊은 저수지 심연을 들여다본 적이 있어 그 심연이 와락 나를 끌어당기는 착각과 쾌감 사이를 수십 번도 더 오락가락 했어 어쩌면 나는 고스란히 물의 나라에 입적入寂할 수 있을 거야 내 생의 모든 파란波蘭을 덮으면서 물은 고요히 나를 빨아들이고 수의壽衣처럼...
2025.08.20 오늘의 시
August 20, 2025
강영은 <펭귄우체국> 빨간 창문과 검정 칠을 한 지붕울 가졌다고 우체국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젠투 펭귄 모여드는 곳.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릴래요 당신은 틀림없이 뒤뚱거리며 얼음 위를 걸어올 테니까요. 당신 대신 엽서가 온다 해도 걱정 없죠 도둑갈매기와 세찬 바람. 눈보라까지...
2025.08.19 오늘의 시
August 19, 2025
성향숙 <얼음의 제국> 다정에 다정을 더해도 결국 빙점이지 찬 서리가 뿌리를 내리는 중이야 혈관을 따라 온몸에 퍼지고 나는 투명해졌어 너무 환하지 않아? 뼈가 비치는 열대어처럼 불안의 눈알을 굴리는 창가 루피너스와 책상 위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무질서들 매일 같은 못에 걸리는...
2025.08.18 오늘의 시
August 18, 2025
전기철 <내일은 비> 내 꿈은 치킨집을 여는 거야 근데 챗봇은 자꾸 족발집을 꿈꾸라네 하얀 드레스를 입은 향숙이만 찾지 말라는 거지 그럼 손에 쥐어 줘보라지 숏폼으로 올리고 악플도 견뎌봐 바다코끼리를 본 적 있어 배를 밀며 기어간다고 할까 머리가 아니라 배 말야 나의 깐부는...
2025.08.17 오늘의 시
August 17, 2025
한여진 <파크맨션> 삶의 등불을 켜주는 이는 죽은자들이다 ―크리스티앙 보뱅 커다란 꾸러미를 들고 나는 그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오래된 약속이 있었지… 허리가 아프다 꾸러미에 뭐가 들었더라 기억이 나질 않아… 아이들이 왁자지껄 파크맨션에서 튀어나오고 그때 다정한...
2025.08.16 오늘의 시
August 16, 2025
정현우 <식물의 집사> 미역은 식물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말하기가 쉬우므로 가능성, 햇살은 방향을 바꾸며 나를 비추고 있다. 창문은 크고 반사되어 빛나는 그것을 본다고 느끼면서 커다랗게 비친 그 빛은 어떤 존재도 아니다, 시간과 속도가 없으므로, 내가 생각한 그것은 식물도 아니고...
2025.08.15 오늘의 시
August 15, 2025
홍일표 <까마귀> 땅에 박혀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죽음에 몰두하는 돌멩이 세상에 없는 말을 골라 허공에 옮겨 심던 날들이 구름처럼 흘러간다 가끔 하늘에서 딱딱하게 굳은 혀가 부서져 내리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하늘을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날들이...
2025.08.14 오늘의 시
August 14, 2025
정다연 <헤라클레스의 돌> 살색을 뒤집어쓴 아이야, 보호색을 갖지 못한 아이야 네 작은 두 손으로 무얼 할 수 있겠니? 네가 묘목을 심기 위해 잡초를 뽑으면 잡초는 다시 자라 언덕을 뒤덮을 것이고 네가 목교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패면 나무는 꿈쩍도 않고 더욱더 푸르게 물들 텐데...
2025.08.13 오늘의 시
August 13, 2025
고선경 <스모그> 그냥 곁에 있어 달라고 했잖아 무심코 뱉은 말이 구름 조각처럼 머릿속을 흐를 때 물 냄새 밴 셔츠와 반투명한 샌들, 지난 바캉스의 기억 부록처럼 남아 있었지 책갈피 대신 기차표가 꽂힌 페이지 속에서 한없이 흐르는 너의 거리 구겨진 아이보리빛 리넨 천에...
2025.08.12 오늘의 시
August 12, 2025
정다연 <여름 대삼각형> 물속에서 죄를 씻겨 나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물 밖에 있는 타인의 손이 필요하다 날 일으켜 세울 어지러운 물살에 너울거리는 머리칼은 촉수처럼 죽은 이들이 남긴 투명한 서명을 검게 빨아들이고 누군가 잔상처럼 떠올린 핏빛 기억을 한 겹 덧씌운다 아직 웃음과...
2025.08.11 오늘의 시
August 11, 2025
이제재 <세이브 포인트(Save Point)> 밤사이 벽에 붙여두었던 포스터가 스르륵 떨어진다 그것은 바닥에 있다 아무 느낌도 없이 무엇을 전시하고 싶었는지? 이 방에 들어올 사람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 나조차 이 방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다 다음 날이 되자 방 안에는 플레이어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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