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2 오늘의 시
박판식 <곧 도착>
7분간 나는 버스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착각이다
사진 속 딸
작은 손이 보온병 같다
5002번 이층버스로 이어폰 낀 여승이 올라간다
플라타너스가 껍데기를 벗고 있다
생명의 불씨가 온 몸뚱이에서 살아나고 있다
광역버스 무경력자 모집
평생 금화마을이나 고매리에 갈 일이 있을까
버스는 행인 없는 상아벌 지하보도 위를 지나간다
내가 못 알아차린 행운이 하루에 몇 번이나 있을까
살롱드라피네 송도점, 4분, 2분, 곧 도착
원하는 것이 차례로 연기가 되어 흩어지고
중지로 쉴 새 없이 휴대전화를 문지르는 여대생
웹툰 속 정지화면이 움직이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뇌신경
종점에서 귀신이 구걸하고 있다
삼만 원을 원한다 삼만 원짜리 지폐를 한 장 건넨다
수업에 3분 지각하고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린다
종이컵 속에서 내 혀는 말을 잃는다
누가 아버지 묘지 가에 불을 피우면서 그 불이
축구장 오만 개 크기 산과 농가를 태울 거라 상상하겠는가
자신의 죄를 자신이 미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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