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8 오늘의 시
윤은성 <주소를 쥐고>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제는 기다리면 되니까. 하차한 바로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사람들은 지나간다. 마주할 일이 있다고 하면 겁을 먹기도 하면서. 더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견주면서. 거대한 밤과 통로.
폭죽을 터뜨리고 싶다.
그러나 어디로 가든지 상관이 없다는 게 어떤 선을 그어대도 괜찮다는 뜻인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 안내견과 그의 주인이 지나가고. 동행인의 옷깃을 쥔 노인이 천천히 지하도로 사라지고.
멀다.
나는 계속 기다린다. "왔구나"라는 말올 대신할 말을 찾으면서.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는지 건너편 플랫폼을 살피기도 하면서.
겨울을 여기서 맞는다면 커다란 커튼을 살 것이다. 창을 다 덮고도 바닥까지 늘어뜨려지는. 닦거나 감싸거나 누군가 잠시 숨겨줄 수도 있는.
왔구나.
왔구나.
손을 쥐었다 펼쳐본다. 한번 죽어본 사람처럼. 여기에도 새가 산다. 여기도 새가 살고. 밤이 되면 어둡다.
가방을 끌어안고 벽에 기대 조는 아이.
아이와 인사를 주고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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