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1 오늘의 시
손음 <사물 낭독 - 느와르 흰,>
나는 한동안 왜 그렇게 괴로웠을까
나는 이제야 겨우 벚꽃을 응시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불안에 떨게 했던 벚나무의 신비에서 자유롭게 된 것이다
한 며칠 장기가 밖으로 쏟아질 듯 기침을 하고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는데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저 흰, 흰의 종교에 나는 한동안 입교했다
벚꽃이 저렇게나 아름답다니 믿을 수 없어!
어쩌다 서운한 봄을 만나 벚꽃은 피었다
희고 맑은 정오
발생하는 저 흰, 흰, 흰을 따라 사람들은 떠돈다
범람하는 빛에 에워싸여 이삼일 불안했고,
무엇이 저런 꽃잎을 만들고 무엇이 저런 꽃술을 만드는 것일까
많은 날들이 한꺼번에 세상을 빠져나갔다
벚나무 아래 무엇이 잠들어 있나
짐승의 사체와 이발소 김 씨의 와이셔츠
삼촌의 행방을 가진 가방과 신발과
숱한… 과와 …와를 가진 벚나무 아래
불온은 파묻혀 있다
잔인한 죄의 뿌리를 뽑아본다면
벚나무는 그 액체를 말미잘처럼 빨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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