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6 오늘의 시
정현우 <식물의 집사>
미역은 식물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말하기가 쉬우므로
가능성,
햇살은 방향을 바꾸며 나를 비추고 있다.
창문은 크고 반사되어 빛나는 그것을 본다고 느끼면서
커다랗게 비친 그 빛은
어떤 존재도 아니다, 시간과 속도가 없으므로,
내가 생각한 그것은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포자도 아니고 미역과 짚신벌레는 원생생물 그러니까
거대한 집합체 그러니까, 마음은 기억의 속도로 무한히 늘어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창가 죽은 화분을 놓을 것이다.
빈 그릇에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미역 줄기로 불어난다,
이미 죽은 것은 식물도 사람도 아니라면
빛의 올을 풀면 규칙적으로 쏟아지거나 교차되며
내리는 비,
복도 끝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손을 본 듯한데
손금이 보이지 않는다,
빛이 온다는 말은 없고
잠을 오는 감각들만 있는 식물의 입,
언제나 쉽게 잘리고 지속되는 다른 방향으로
잘려나가는 생각들,
어둠의 결이 한 방향으로 깨지고 있다고,
내가 쓴 첫 문장은 그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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