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9 오늘의 시
성향숙 <얼음의 제국>
다정에 다정을 더해도
결국 빙점이지
찬 서리가 뿌리를 내리는 중이야
혈관을 따라
온몸에 퍼지고
나는 투명해졌어
너무 환하지 않아?
뼈가 비치는 열대어처럼
불안의 눈알을 굴리는 창가 루피너스와
책상 위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무질서들
매일 같은 못에 걸리는 구겨진 외출
나는 감시 당하는 중이야
외로움은
틀에 따라 모양을 바꾸더군
아파트 그릇에 담겨 사각이 된
사소하지만
듬성듬성 하얀 녹이 슨 것도 같아
누구도 나를 구타하지 않아
굶기지도 않았어
아무도 내게 침을 뱉지 않고
다만
삶의 방식이
사각의 고독으로 굳어버리는 것
투명한 질서의 견고함
몸속에 웃음이 있고 울음이 있고
커튼 칠 자유와 방문을 잠글 자유
배고플 자유와 침묵할 자유,
비명을 지를 자유가 선 채로 결빙된
내 말, 말의 얼룩까지
나는 유서 깊은 얼음 가문의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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