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1 오늘의 시
이수익 <물의 나라>
아주 깊은 저수지
심연을 들여다본 적이 있어
그 심연이 와락 나를 끌어당기는 착각과
쾌감 사이를
수십 번도 더 오락가락 했어
어쩌면 나는 고스란히
물의 나라에 입적入寂할 수 있을 거야
내 생의 모든 파란波蘭을 덮으면서
물은 고요히 나를 빨아들이고
수의壽衣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으리라는
그런 황홀한 욕망 때문에
소리 없이 나는 푸른 물속에 뛰어들겠지
아늑히 즐기면서 나를 품어주는
물의 나라는
붉은 성채처럼 온몸으로 나를 안으리
물의 나라에는 상처가 없어 물의 나라에는
불행이 없어 물의 나라에는 가난이 없어
물의 나라에는 부패가 없어 물의 나라에는
질투가 없어 물의 나라에는 침략이 없어
물의 나라에는 모두, 모두가 평등해
평등!
이 말 속에
온 세상이 하나로 모여서 결집한다네
물은 물끼리 힘차게 묶이고서 다시 풀어주는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는 나라
오, 물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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