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5 오늘의 시
홍일표 <까마귀>
땅에 박혀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죽음에 몰두하는 돌멩이
세상에 없는 말을 골라 허공에 옮겨 심던 날들이 구름처럼 흘러간다
가끔 하늘에서 딱딱하게 굳은 혀가 부서져 내리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하늘을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날들이 많아진다
희망과 미래를 팔아서 연명하는
혀끝에서 독초처럼 돋아나는 예언들
눈과 귀를 닫고 아무것도 믿지 않는 날
세월의 청맹과니 앞에서
오늘의 악천후가 사산한 해와 달을 수습한다
피가 흐르지 않는 그림자를 불태우고
열 번 스무 번 죽음을 토해낸 자리
더 이상 나를 증명할 수 없을 때
밤의 성벽을 부수고
검은 포탄처럼 날아온
까마귀
어제의 풍경을 잠그고 몸속에서 퍼덕이는 날개를 만져본다
하늘과 말이 잘 통하는 초승달이 조금씩 몸을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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