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3 오늘의 시
고선경 <스모그>
그냥 곁에 있어 달라고 했잖아
무심코 뱉은 말이 구름 조각처럼 머릿속을 흐를 때
물 냄새 밴 셔츠와 반투명한 샌들, 지난 바캉스의 기억
부록처럼 남아 있었지
책갈피 대신 기차표가 꽂힌 페이지 속에서 한없이 흐르는
너의 거리
구겨진 아이보리빛 리넨 천에 덮인
아직도 표정을 지우려고 애쓰며 지내니
해변으로 떠밀려 온 해파리는 언제 숨을 멈추는지
그러모은 한 줌의 모래가 우리들의 성이라고 믿던 때가 있었는데
너는 너무 부드럽게 헐리고 흩어지는 안개야
신호 없는 교차로에 서서 자욱함을 느낀다
기억의 입자마다 네가 끼어 있는 지루한 풍경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풍경이 나를 통과한다
감정은 다 재해지
품속에서 주르르 흘러내린 책들이 발치에 수북이 쌓이고
한 조각 구름도 언제든 비를 쏟을 준비를 한다
안개는 젖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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