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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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4 오늘의 시
October 14, 2025
최해돈 <리듬> 나 지금 여기 있네 저녁에도 내일도 여기 아닌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구부러진 길에 서 있는, 이정표를 따라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파도가 부서졌을까 얼마나 많은 슬픔이 지워졌을까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한 포기의 풀 한 그루의 은행나무 한 개의 돌 한 개의...
2025.10.13 오늘의 소설
October 13,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느끼셨겠지만 저는 한국어로 쓰여진 한국 문학만 읽어왔습니다. 이상하게 외국 문학들은 번역이 아무리 잘 돼있어도 손이 안가더라고요. 최근, 처음으로 외국 소설을 하나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설 속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2025.10.12 오늘의 시
October 12, 2025
구석본 <풍선인형의 詩> 바람이 나를 일으킨다 내 안에 갇힌 바람이 나를 춤추게 한다 노래하게 한다 허공이 길이고 길이 허공이었던 바람 오늘밤 나는, 그대 앞에서 펄럭이며 춤추고 노래하지만 바람의 껍질일 뿐 지금 배경이 되어 그대를 밝히는 붉고 푸른 조명 또한 바람의 그리움일 뿐...
2025.10.11 오늘의 소설
October 11, 2025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中 “괜찮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자고 일어난 사이에 세상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요.” “그래?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우리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재미있구나.” 이희수는 그렇게 말하며 아영의 눈을 들여다보았는데, 아영은 그가...
2025.10.10 오늘의 소설
October 10, 2025
천선란 [노을 건너기] 中 “다녀올게. 우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러.”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아?” “응. 심심하면 자주 불러. 그리고 내가 보는 모든 것의 처음에 서서 너도 같이 지켜봐. 내가 어디까지 가나.” “내가 밉지 않아? 나는 여기서 너를 엄청 괴롭히는데.” 하자민...
2025.10.09 오늘의 시
October 9, 2025
정호승 <뒷모습>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답다고 이제는 내 뒷모습이 아름다워졌으리라 뒤돌아보았으나 내 뒷모습은 이미 벽이 되어 있었다 철조망이 쳐진 높은 시멘트 담벼락 금이 가고 구멍이 나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제주 푸른 바닷가 돌담이나 예천 금당실마을 고샅길 돌담은 되지...
2025.10.08 오늘의 시
October 8,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무슨 이유로 제가 제 여유를 소모해가며 이 일을 하는지 묻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다른 이유는 없고요. 다만 읽는 행위가 좋아서, 활자 그 자체를 사랑해서, 라고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제가 활자를 읽을 때 평온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2025.10.07 오늘의 소설
October 7, 2025
조예은 [토마토로 만들어 줘] 中 “너도 참 힘들었겠다.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이야? 로봇이지. 너무 스스로를 탓할 필요 없어.” 유미도의 말에 심장이 쿵, 아주 무겁게 떨어졌다. 콩콩콩이 아니라 쿠웅, 쿠웅, 하고 뛰었다. 그동안 모두가 장난으로...
2025.10.06 오늘의 산문
October 6, 2025
권가영 [럽럽럽] 中 <운명 2> 나는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피클이랑 할라피뇨 빼고 올리브 많이’ 넣어 달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함께 간 샌드위치 가게에서 앞서 샌드위치를 주문하던 그는 ‘할라피뇨 빼고 올리브 많이’ 넣어달라고 말했다. 신기해라.
2025.10.05 오늘의 시
October 5, 2025
정호승 <흙탕물> 흙탕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도도히 계곡을 휩쓸고 지나가던 여름날의 흙탕물이 고요해지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흙탕물이 맑아지려면 내가 먼저 맑아져야 하고 묵상의 바닥에 고요히 무릎을 꿇어야 하므로 흙탕물에 새벽별이 뜨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흙탕물이 흙탕물 그대로...
2025.10.04 오늘의 시
October 4, 2025
차정은 <백야> 타오르던 불꽃처럼아름답던 그날처럼 고요에 이끌려풍덩 적막에 사랑을 남긴다 나의 세상이온 세상이너의 빛으로 뒤덮였다 어찌 그리도 하얀지나와 당신의 틈에 갇혀움직일 수 없었다 울부짖었다 마음을 담아울부짖었다형용할 수 없는 폭포에 갇혀나의 신이었던 당신은 그리도악독히...
2025.10.03 오늘의 시
October 3, 2025
오늘 <지하의 라푼젤> 쉴만한 집은 너무나 멀어요 나의 폐허로 오세요 먹다 남은 비둘기와 젖은 머리카락으로 더러운 발을 닦아드릴게요 소리 내는 법을 잊었나요 내 눈물도 웃음도 소리가 없어요 그러니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한 사람이 들었던 이 자리, 봄이 만발하고 소란이 무성해도...
2025.10.02 오늘의 시
October 2, 2025
조우연 <바탕색 칠하기> 상실의 시대에는 가로등도 라일락도 그와 그녀의 키스도 짙푸른 바탕색에 있었죠 누가 선뜻 노랑을 등지고 있었겠나요 바탕색은 그런 거죠 하늘색은 영영 구름의 바탕색이고요 가파른 골목을 걸어 올라가는 남자의 바탕에는 회색을 칠해 주죠 교실 아이들이 툭하면 바탕도...
2025.10.01 오늘의 소설
October 1, 2025
성해나 [두고 온 여름] 中 매미는 칠년이 넘도록 땅속에 살다 밖으로 나온다는 거 알아요? 바람이 불 때마다 선퇴가 파스스,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가루가 되어 흩어질 듯하면서도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며 그것은 나무줄기에 매달려 있었다. 땅 위로 나와서는 겨우 한달 남짓 산대요....
2025.09.30 오늘의 시
September 30, 2025
서윤후 <후르츠산도> 으깨진 후였다 향기가 남아 있기로 한 일은 크림은 많은 것을 감추려고 부풀어 오르다가 아무것도 없는 신체를 가지게 된다 구겨질 수 있는 정도까지가 마지막 소회라는 듯이 텅 빈 눈동자로 우는 법을 배웠다 마른 붓을 종이 위에 짓눌러 끝까지 남아 있던 색을...
2025.09.29 오늘의 산문
September 29,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어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이 없었다는 말 말고는 변명할 여지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누군가 제게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나요?” 라고 물으면, 여전히,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 책의 제목을 말합니다. 지난 7월 한번 소개한 책인데요. 결국...
2025.09.27 오늘의 소설
September 27, 2025
정대건 [급류] 中 그때 생각했어.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2025.09.26 오늘의 산문
September 26, 2025
김현경 [여름밤, 비 냄새] 中 어제도 비가 왔다. 높은 건물 아래, 내리는 폭우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나는 내심 그가 나를 찾으러 오면 좋겠다고, 그에게 두고 온 내 우산을 함께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홀로 하염없이 비를 맞았다. 나쁘지는 않았다. 이미 비에 흠뻑 젖어...
2025.09.24 오늘의 산문
September 24, 2025
오수영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中 나는 여전히 사람과 감정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살아갈수록 점점 더 무지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조금씩이나마 알아간다고 믿었던 기억들은 사실 건방을 떠는 것에 불과했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배우기에는...
2025.09.23 오늘의 산문
September 23, 2025
박선아 [어떤 이름에게] 中 오늘은 베를린의 사진 갤러리에서 전시를 봤어. 유명 작가들의 기획전이 열렸는데 그 전시장의 출구 쪽에 한 신진 작가의 전시회를 하더라고. 거기에서 〈Message in a Bottle〉이라는 사진과 영상을 보게 되었어. 병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던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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