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 오늘의 소설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中
“괜찮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자고 일어난 사이에 세상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요.”
“그래?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우리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재미있구나.”
이희수는 그렇게 말하며 아영의 눈을 들여다보았는데, 아영은 그가 자신의 말을 재미있다고 말해준 것이 좋았다.
“할머니는 타운의 어른들이 위선자라고 말했지만, 어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다 조금씩 비겁하거든요. 여기 아이들은 제가 내년이면 여길 떠난다는 걸 알아서 저를 더 쉽게 괴롭혀요. 도와주는 애들도 없고요. 정작 그러면서 타운 어른들에 대한 비난은 잘 거들죠. 그래서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할 뿐이라고요.”
아영은 어른들에게 이런 문제가 너무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로 여겨진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희수는 아영의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그 못난 녀석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니 네가 그리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니?”
아영은 그 눈빛에 조금 용기를 얻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뇨. 지금은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저는 그냥 그애들이 미운 거지, 모든 사람들이 다 미운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세상이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제 안 해요. 그애들이 지금도 싫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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