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3 오늘의 시
오늘 <지하의 라푼젤>
쉴만한 집은 너무나 멀어요
나의 폐허로 오세요 먹다 남은 비둘기와 젖은 머리카락으로 더러운 발을 닦아드릴게요 소리 내는 법을 잊었나요 내 눈물도 웃음도 소리가 없어요 그러니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한 사람이 들었던 이 자리, 봄이 만발하고 소란이 무성해도 폐허라 부를래요
붉은 거미는 제 몸을 찢고, 숨이 흩어질 때마다 당신도 뭉개질 테지만 불을 켜면 뭉쳐 있던 쓸쓸이 한꺼번에 웅성거리겠지만 당신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슬픔으로 버티세요 조금씩 녹여 먹은 슬픔으로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잊으세요 이를 드러낸 저 개를 보면 두려움이 온몸 속을 기어다니겠죠 그래도 잊어요 시간은 잊은 만큼 지나가고 잊지 않으면 어제의 어제가 반복될 뿐이에요 알잖아요 헤픈 기억은 어둠을 타고 끊임없이 타오른다는 거요
꽃은 그쳤지만 오늘도 일용할 죽음을 얻기 위해 두 손을 내밀어요
부끄럼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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