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3 오늘의 산문
박선아 [어떤 이름에게] 中
오늘은 베를린의 사진 갤러리에서 전시를 봤어. 유명 작가들의 기획전이 열렸는데 그 전시장의 출구 쪽에 한 신진 작가의 전시회를 하더라고. 거기에서 〈Message in a Bottle〉이라는 사진과 영상을 보게 되었어. 병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던지면 바다 건너편의 누군가가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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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런 생각을 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에게 유리병을 던졌던 게 아닐까. 물건을 사며 인사를 건넨 어느 점원의 말 한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어. 가까운 사람과 진지하게 긴 대화를 나눴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고.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한없이 병을 던지는 것 같아. 어떨 때는 기뻐서, 또 어느 날엔 슬퍼서, 언젠가는 화가 나기도 했었지. 이전에 내가 "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을 거야. 그냥 생긴 대로 살래."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 그때 오빠가 "그래도 조금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말해줬었는데 그 유리병이 오늘 내 근처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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