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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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3 오늘의 시
November 3, 2025
조은설 <꽃 피는 식물화석> 화석 전시장에서 만났다 씨앗을 퍼뜨리는 잎 모양의 저 꼬투리화석 까마득한 시간을 건너왔지 그날의 햇살 한 점 바람 한 줄기 그어 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돋을새김 된 잎맥 사이사이 살아있다 세상이 너무 눈부신지 실눈을 뜨고 바라본다 수천 년 무게의 중량에...
2025.11.02 오늘의 시
November 2, 2025
유병록 <선물> 마음이라는 게 내 안에 있고 그걸 꺼낼 수 있다고 믿어 온 사람처럼 마음 둘 곳이 없군, 생각했다 마음이라는 게 내 안에 있고 그걸 꺼낼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너에게 주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이걸 받고 너는 선물이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2025.11.01 오늘의 시
November 1, 2025
도종환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깊고 고요한 밤입니다 고요함이 풀벌레 울음소리를 물결무늬 한가운데로 빨아들이는 밤입니다 적묵의 벌판을 만나게 하여주소서 안으로 흘러 들어와 고인 어둠을 성찰하게 하여주소서 내가 그러하듯 온전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어제도...
2025.10.31 오늘의 시
October 31, 2025
진혜진 <진아> 어디서 오니 진아?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시간어느 순간에도 있지만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진아는 누군가의 눈빛을 잠근 열쇠 같기도괭이갈매기 똥 같기도 해서내게로 돌아가는 나의 하나, 둘…얼굴의 얼굴들을 스치며어둠에 잠긴 다리를 지나고 있다 쉬어 버린 시간으로 목을...
2025.10.30 오늘의 시
October 30, 2025
김석영 <바캉스> 바다를 다녀와서 알게 되는 것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읽은 어떤 책에는 이런 문장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텅 비어 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앵무새가 죽어 있었다 예지처럼 방이 하나 비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사실의 나열들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고, 체조를 하고,...
2025.10.29 오늘의 시
October 29, 2025
오은경 <매듭>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2025.10.28 오늘의 시
October 28, 2025
유병록 <슬픔은 이제> 아무렇지 않은 척 고요해진 척 회사에서는 손인 척 일하지 술자리에서는 입인 척 웃고 떠들지 거리에서는 평범한 발인 척 걷지 슬픔을 들킨다면 사람들은 곤란해할 거야 나는 부끄러워질 거야 네가 떠오를 때마다 고개를 흔들지 몸속 깊숙한 곳으로 밀어두지 구덩이...
2025.10.27 오늘의 소설
October 27, 2025
김애란 [바깥은 여름] - <풍경의 쓸모> 中 오래된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 어색한 듯 자명하게 서 있다. 정확히 어떤 색이라 불러야 할지 모를, 1970년대 때깔 혹은 낙관적 파랑을 등에 인 채. 코닥산産 명도, 후지식式 채도에 안겨 있다. 어느 때는 너무 흐릿해 금방이라도...
2025.10.26 오늘의 시
October 26, 2025
최정란 <딸기애인> 꼭지를 따고 센 불에 졸여요 설탕을 넣고 또 졸여요 형태가 으깨지고 뭉근해질 때까지 주걱으로 휘휘 젓다가 작은 돔처럼 기포가 동시다발로 부글거리며 끌탕이 시작되면 불을 낮추고 다시 저어요 타지 않도록 딸기를 보고 있으면 믿고 싶어져요 불편을 연료로 영혼을 헛되이...
2025.10.25 오늘의 시
October 25, 2025
한은별 <까마귀 pt. 3>Edgar Allan Poe (에드거 엘렌 포)의 Raven (까마귀)이라는 시 속의 까마귀가 된 것 같았어요. 소중한 사람을 잃어놓고 "Nevermore (다시 없어)“라고만 반복하는 까마귀의 자아를 가진 것처럼. 다시 없이 사랑했다고, 마치 꾸욱...
2025.10.24 오늘의 시
October 24, 2025
한은별 <까마귀 pt. 2> 어느날 당신을 마주쳤어요. 유리가 반짝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날카롭지 않은 상처 주지 않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스스로 빛나는 사람. 어떻게든 당신에게 잘 보이겠다고 유리 조각을 모아 뭐라도 만들어 보긴 했는데 아, 소주병이었군요....
2025.10.23 오늘의 시
October 23,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요즘 정말로 책 읽을 시간이 없네요, 라고 말하는 건 핑계겠지요. 시간은 있을지언정 정말 자리잡고 앉아 고요히 책을 읽을 정신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은 제 시를 공유합니다. (‘시’라고 하는 게 맞는지도...
2025.10.22 오늘의 시
October 22, 2025
민구 <햇빛> 바다에빠지는 꿈 바다에빠지는 꿈 다음 날그다음 날도 바다에 빠져서허우적거리는 파도 같은 춤 꿈이 물속으로 나를 떠밀어수심이 깊어질 때면 쌍무지개 휘어지도록붙잡아주는 이가 있었다
2025.10.21 오늘의 산문
October 21, 2025
임현우 [다정이 우리를 살게 하니까요] 中 <혼자라도 제법 괜찮습니다> 가끔은 휴대폰에 전화번호부를 펼치는 게 머뭇거려지기도 합니다. 전화번호부에 사람은 많은데, 전화 걸 사람은 없으니까요, 전화는 걸 수 있는데 진심으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여러...
2025.10.20 오늘의 산문
October 20,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정말 여름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뜨거운 햇빛에 “아직 여름인가?” 싶던 오늘입니다. 벌써 10월 중순인 건 잊은 채로 말이죠. 오늘은 처음으로 제가 쓴 글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작년 여름에 쓴 글이네요. 부족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2025.10.19 오늘의 시
October 19, 2025
신이인 <의류수거함> 구덩이 자꾸 커지는 구덩이 안에 손을 넣었다 이십 년 전 버린 속옷이 거기에 있지 첫 허물을 벗어 놓고 새끼 뱀은 도망친다 깊은 안으로,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나는 나에게서 빠져나오려고 평생 공들여 지냈다 여기는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안쪽이다
2025.10.18 오늘의 시
October 18, 2025
안미옥 <톱니> 어린 나는 무너지는 마음 안에 있었다 무너지는 것이 습관이 된 줄도 모르고 무너지고 무너지면서 더 크게 무너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주저 앉을 마음이 있다는 건 쌓아올린 마음도 있다는 것 새가 울면 또다른 새가 울었다 또렷하게 볼 수 있다면 상한 마음도 다시 꺼내볼...
2025.10.17 오늘의 소설
October 17,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오늘은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 중 <입동> 이라는 제목을 가진 단편소설의 일부분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김애란 [바깥은 여름] - <입동> 中 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얼떨떨했다. 명의만 내 것일 뿐 여전히 내 집이...
2025.10.16 오늘의 소설
October 16,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어젯밤을 거의 꼬박 새웠습니다. 밤늦게 읽기 시작한 책을 아침에서야 끝냈어요. 그만큼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말입니다. 그 책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청예 [오렌지와 빵칼] 中 한 아이가 가벼운 몸으로 인파 속에서 튀어나왔다. “아야.”...
2025.10.15 오늘의 시
October 15, 2025
조온윤 <중심 잡기> 천사는 언제나 맨발이라서 젖은 땅에는 함부로 발을 딛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는 특히 더 그렇게 믿었던 나는 찬 돌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언 땅 위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골몰했다 매일 빠짐없이 햇볕 쬐기 근면하고 성실하기 버스에 승차할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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