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4 오늘의 산문
오수영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中
나는 여전히 사람과 감정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살아갈수록 점점 더 무지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조금씩이나마 알아간다고 믿었던 기억들은 사실 건방을 떠는 것에 불과했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배우기에는 그동안 거쳐 온 흔적들이 내 삶에 배어있어 나는 결국 언제나 왔던 막다른 길을 다시 찾아내고야 맙니다. 그 막다른 길에 대한 끊임없는 추궁만이 나를 조금은 다른 길로 인도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이것도 어쩐지 다만 맹목적인 믿음에 불과한 것도 같습니다. 누군들 관계와 감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무지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알게 된다고 생각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협소한 사람인지를 재확인하게 되는 허무가 찾아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위선이라는 누명을 쓰기 딱 좋은 시절과 공간을 관통하고 있는 지금, 나는 그래서 대체 어디로 갑니까.
Don't miss what's next. Subscribe to 靈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