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 오늘의 시
최해돈 <리듬>
나 지금 여기 있네
저녁에도
내일도
여기 아닌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구부러진 길에 서 있는, 이정표를 따라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파도가 부서졌을까
얼마나 많은 슬픔이 지워졌을까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한 포기의 풀
한 그루의 은행나무
한 개의 돌
한 개의 모래알
한 개의 먼지
한 묶음의 생각
나 지금 여기 있네
여기 있음에
무한의 감사를 드리네
나는 가끔, 혹은 자주
수직과 수평의 굴절 앞에서 서성거렸음을
직선과 곡선의 역광 앞에서 우울했음을
밀물과 썰물의 순리 앞에서 점점 작아졌음을
기억한다
기억한다
내가, 내가 되기까지는 네가 있었다. 내가, 내가 되기까지는 네가 나를 일으켜주었다. 내가, 내가 되기까지는 네가 나를 다독여주었다. 나는 여기를 사랑한다. 나는 여기를 사랑해야만 한다. 나는 여기 아닌 여기를 사랑하고 사랑해야만 한다
때론 슬프지만 아름다운 여기를
때론 외롭지만 눈부신 여기를
네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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