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30 오늘의 시
서윤후 <후르츠산도>
으깨진 후였다
향기가 남아 있기로 한 일은
크림은 많은 것을 감추려고 부풀어 오르다가
아무것도 없는 신체를 가지게 된다
구겨질 수 있는 정도까지가 마지막 소회라는 듯이
텅 빈 눈동자로 우는 법을 배웠다
마른 붓을 종이 위에 짓눌러
끝까지 남아 있던 색을 확인하는 것
알록달록한 건 슬픔이 신선해서가 아니라
생활을 위장해온 순서였으니까
잼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과일을 밀봉했었는지
깨진 종이를 주워 반으로 갈라 나눠 가진다
포개어질 사이가 되려고
시간의 덩굴 속 남몰래 기르던
각자의 과일을 그려넣는다
길든 적 없는 껍질 같은 손을 모아
끈적임으로라도 붙잡고 싶었는지 모른다
차가워서 먹기 좋았던 표정들은 벌써
우리 얼굴을 떠나고 있었던가
마른 식빵처럼 푸석한 사람들과 함께
무너지지 않으려 모서리를 부여잡으면서
서로의 눈물을 열심히 뱉어주면서
흐르던 과즙을 신중히 핥으면서
눈물을 벗어나 남겨진 자국
이것은 혼자서 그려온 투명한 과일이지
알려주고 싶은 맛이 있을 때는
모두가 화가가 되어 자신의 얼굴을 그린다
창백한 형광등이 밝히는
모형 케이크의 반짝임을 모른 체한다
엄선된 슬픔의 진열장을 지나면
느닷없이 갈증은 찾아오고
크림이 남아 있어서
빈 그릇을 치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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