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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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2 오늘의 시
January 22, 2025
고명재 <미더덕은 아름다움을 더 달라는 것처럼> 젖은 것들의 물주머니를 보고 있으면 당신을 데려간 물혹이라든가 개구리라든가 젖이 늘어진 어미 개라든가 비릿한 어촌에 걸어둔 청어의 눈 속에 부푸는 하늘 안쪽의 짙푸름이라든가 미더덕은 아름다움을 더 달라는 것처럼 헐떡대면서 좀더 살아볼...
2025.01.21 오늘의 시
January 21, 2025
이원석 <심문B> 내가 왼쪽으로 갔다면 그건 당신이 왼쪽으로 지시했기 때문이오 내가 오른쪽으로 갔다면 오른쪽으로 지시했기 때문이겠지 만약 당신이 왼쪽을 지시하지 않았는데 내가 왼쪽으로 갔다면 그건 아마도 당신이 왼쪽을 암시했기 때문일 거요 당신이 오른쪽을 지시했음에도 내가 왼쪽으로...
2025.01.20 오늘의 시
January 20,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 지인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떤 마음일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위로가 이 시를 전하는 것 뿐이라 감히 전해봅니다. 박시하 <콘택트 - 나의 작은 신들> 지켜보는 신 잘 때 먹을 때 읽을 때 쓸 때...
2025.01.19 오늘의 시
January 19, 2025
강혜빈 <밤의 팔레트> 노랑과 옐로는 언니였다가 누나였다가 원피스를 바꿔 입다가 넘어지기도 하지 그런 언니는 이미 샀는데 그런 누나는 이미 옷장에 물방울무늬야 착하지 동그라미는 동그라미인 척도 잘하지 무지개보다 레인보우에 가깝다는 이야기 만져보면 비슷할 수도 있어 견딜 수 없는...
2025.01.18 오늘의 시
January 18, 2025
유수연 <진짜 마지막 행복> 그땐 종일 함께 놀던 친구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재밌으면 그만이니까 요즘도 주문한 버섯탕 속 버섯 이름이 노루궁뎅이란 게 웃겨, 웃어버린다 이젠 제법 웃으면 안 될 대와 정말 웃으면 안 될 때를 알아, 웃음도 참는다 궁뎅이 같은...
2025.01.16 오늘의 시
January 16, 2025
이승희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 어찌도 이리 다정하게 내 몸에 잠겨드는지 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네 지는 것들을 보며 끈적이는 핏물이 꼬득꼬득 말라비틀어지도록 이처럼 황홀했던 저녁 내겐 없었다고 말해주었네 불 켜진 집들 사이에서 불 꺼진 집이...
2025.01.15 오늘의 시
January 15, 2025
양안다 <다큐멘터리> 나는 꿈에 잠겨 있는데 너는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애정과 증오가 반복되었다 너는 그것이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누구도 우리가 어긋났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 몸을 구기고 마음을 자를 수 있다면 어디에 보관하는 게 좋을까...
2025.01.14 오늘의 시
January 14, 2025
고선경 <살아남아라! 개복치* -몰라 몰라 내가 죽은 진짜 이유를> 개복치의 학명을 아십니까 그건 몰라 정답! 개복치의 학명은 Mola mola입니다 하지만 이 시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외국인은 몰라를 모를 테니까 사실은 나에게도 학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5.01.13 오늘의 시
January 13, 2025
최승호 <깨어진 항아리> 금이 가도 불안하고 누가 흔들어대도 불안하고 뚜껑을 덮어버리면 답답해서 숨이 막히던 항아리가 한밤중 난데없이 떨어진 돌덩이에 얻어맞고 산산조각 깨져버렸다. 장독대에 모여 있던 항아리들이 깜짝 놀라 간장을 다 엎지르고 널브러져 있는 깨어진 항아리의 불행을...
2025.01.12 오늘의 시
January 12, 2025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25.01.11 오늘의 시
January 11,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자꾸 여름의 시를 좇게 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름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여름에도 여름을 찾는 편이죠. 마치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싶은 그런 것처럼…)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최백규 <여름은 사랑> 내 앞에 있어도 너를 찾고...
2025.01.10 오늘의 시
January 10, 2025
고명재 <페이스트리> 매일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반죽에 섞고 언덕이 부풀 때까지 기다렸어요 물려받은 빵집이거든요 무르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사람이 강물이죠 눈빛이 일렁이죠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 거죠 인연은 크루아상처럼 둥글게 만두 귀처럼 레슬링으로 뭉개진...
2025.01.09 오늘의 시
January 10,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시스템 오류로 1월 9일자 시가 전송이 되지 않아 다시 보내봅니다. 죄송합니다. 황인찬 <흐리고 흰 빛 아래 우리는 잠시> 조명 없는 밤길은 발이 안 보여서 무섭지 않아? 우리가 진짜 발 없이 걷고 있는 거면 어떡해 그게 무슨 농담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2025.01.08 오늘의 시
January 8, 2025
이향 <반지> 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희미한 자국이 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 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 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 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저 강기슭...
2025.01.07 오늘의 시
January 7, 2025
폴 베를렌 <초록> 열매, 꽃, 잎사귀 가지들이 여기 있소 그리고 당신 때문에 뛰는 내 가슴이 여기에 있소
2025.01.06 오늘의 시
January 6, 2025
손미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밤을 두드린다. 나무 문이 삐걱댔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축을 깨무는 이빨을 자판처럼 박으며 나는 쓰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해 이 장례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뼛가루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2025.01.05 오늘의 시
January 5, 2025
김신용 <떨켜 1> 떨켜는, 잎이 스스로를 떨어트리는 매듭 이 매듭으로 잎과 열매는 가을의 가지를 떠난다 매듭이 없는 것들은 가지에서 추하게 낡아간다 떨어져 내려야 할 때 떨어져 내려, 나무를 텅 비우고 서 있게 하는 것 나무를 새로운 잎과 열매의 산실이 되게 하는 것 그것으로...
2025.01.04 오늘의 시
January 4, 2025
최지은 <시리즈> 너를 기다리러 왔어, 말하자 한 사람이 사라졌다 걷다보니 그애 집 앞이었다 비 내리는 운동장 유리창에 달라붙은 빗방울 얼굴이 너무 많다 당번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는데 누구를 찾는 것인지 안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미술 시간에는 세밀화...
2025.01.03 오늘의 시
January 3,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은 하상욱 시인의 시 몇편을 보내드릴까 합니다. 오늘도 무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인줄 알았는데 너라면 좋았을걸 하상욱 단편 시집 <금요일 같은데 목요일> 中 왜 하필 이곳에 왜 하필 당신이 하상욱 단편 시집 <같은 옷> 中 고민 하게돼 우리...
2025.01.02 오늘의 시
January 2,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벌써 2025년이라뇨. 날아가는 시간을 다시 한번 체감합니다. 2024년을 보내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이 시로 귀결되더군요. 어떤 시는 마지막 줄에 한 해 동안 미처 흘려내지 못한 모든 눈물을 쏟게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잘 버텨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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