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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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오늘의 시
January 1, 2025
양안다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내가 내 문제를 끝낼 수 있게 도와줘. 우리는 혼절한 단어를 너무 많이 받아 적었잖아. 우리는 해롭고 틀린 방식으로 기절합니다.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 등불이 밤새도록 헤엄치고. 목구멍은 가끔 악기가 되어서. 슬픔에...
2024.12.31 오늘의 시
December 31, 2024
이혜미 <재의 골짜기> 서로를 헤집던 눈빛이 부서져 휘날릴 때 네가 선물한 골짜기에 누워 깊숙한 윤곽을 얻는다 먼 곳에서 그을음을 퍼다가 쏟아놓고 떠난 사람, 흉한 마음을 모아둔 유곡으로 들어서면 검은 꽃과 삭은 과일들이 가득했지 어스름을 뒤집어 여명을 꺼내면 가라앉는 골짜기마다...
2024.12.30 오늘의 시
December 30, 2024
고명재 <노랑> 루드베키아라는 꽃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은 노란 꽃인데요 노랑은 독주를 넘길 때 목젖을 치는 모든 술들의 지느러미 색입니다 흔들어둔 샴페인을 누르는 엄지죠 지문 밑에서 전갈자리가 간질거려요 들리나요 개들이 흙길을 달리는 소리 우리는 밤하늘에 탄산수를 엎지른 채로 멀리...
2024.12.29 오늘의 시
December 29, 2024
김경미 <거기 그 꽃이 있었다면 안 갔을 겁니다> 유도화 핀 마을엘 도착했습니다 유도화꽃 이렇게 많은 줄 모르고 도착했습니다 우표만 하던 여자의 밥알만 하던 의상실 구석 우물 같은 화분에 피어 있던 꽃 자주 박살나던 우표와 밥알과 우물 자주 두 발 치켜든 우물을 지켜만 보던 꽃...
2024.12.28 오늘의 시
December 28, 2024
박상수 <18세> 어떤 날은 종일 스탠드에 앉아 운동부 애들이 빳다 맞는 것을 보았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막혀 있었다 철문 앞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담배가 떨어지면 문밖의 소릴 생각했다 나비로 핀을 꽂은 숏커트의 여자애가 머리를 기댔다 사라졌다 등나무 벤치, 오고가는...
2024.12.27 오늘의 시
December 27,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누구나 기다리는 전화 한통은 있지 않나요? 저도 늘 애정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애정하게 될 사람의 전화일지도 모르죠.) 아, 오늘은 제가 먼저 해야겠어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2024.12.27 오늘의 시
December 27,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누구나 기다리는 전화 한통은 있지 않나요? 저도 늘 애정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애정하게 될 사람의 전화일지도 모르죠.) 아, 오늘은 제가 먼저 해야겠어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2024.12.26 오늘의 시
December 26, 2024
민구 <나의 시인> 오늘은 너도 시가 된다는 것 너는 가장 달콤한 시라는 것 나는 제과점 앞을 서성이며 주머니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다가 케이크의 나라 초코와 라즈베리를 바른 도시를 가로질러 공항으로 간다 캄캄한 섬에 내려서 아무도 없는 상점의 유리창을 깨고 받으쇼, 탈탈 털어...
2024.12.25 오늘의 시
December 25, 2024
이광호 젊음을 멍들게 했던 나만의 전장이 소멸해간다 깃발을 꽂은 건 너였다 막아내기도 버겁던 세계에 네가 왔다 나는 막았고 너는 나아갔다 삶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이 항복한다 네가 나의 손을 잡고 승리를 외친다 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는 날이었다
2024.12.24 오늘의 시
December 24, 2024
황인찬 <무령> “아, 저 키스는 좀……” 그런 말을 듣고 그냥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녁의 거리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크리스마스는 어디에나 빛이 많고 사람이 많고 현실감이 없군요 누가 자꾸 성냥을 사라거나 갑자기 세 명의 유령을 만난다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걸을 수...
2024.12.23 오늘의 시
December 23,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의 시는 꽤나 짧은 시예요. 시가 짧다고 해서 감상도 짧으리란 법은 없나 봅니다. 유독 오래 생각에 잠기게 해요. 오늘, 내일, 내일모레, 그리고 연말·연초까지. 한해를 돌아보며, 또 한해를 바라보며, 제가 걸어온, 그리고 걸어갈 길을 그려봅니다....
2024.12.22 오늘의 시
December 22, 2024
장수양 <편지화> 손톱이 초승달 같아 사랑해도 돼? 맑은 날이야 이렇게 맑은 날이 없었어 우리가 같이 있으면 언제나 촛불이 꺼지는 걸 보았으니까 투명한 등불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을 답습해야 했거든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나는 오래전 서리당해 창고에 박혀 있다 이렇듯 너를 사랑하나...
2024.12.21 오늘의 시
December 21, 2024
김잔디 <고양이 심정> 키를 넘겨 쌓이는 눈을 헤치고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발밑이 푹푹 꺼진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차를 간신히 피하고도 안도하는 마음 같은 건 들지 않는다 삼킬 뻔한 것을 뱉고 뱉을 뻔한 것을 삼켰다 복통으로 몇 날이 간다 기척에 놀라 그런 것인데 원망...
2024.12.20 오늘의 시
December 20,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제가 읽는 많은 시에는 마침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가 노래하는 것은 “영원” 아닐까요? (다른 구독자분들과 나누고픈 시가 있으면 youngwoorain@gmail.com 으로 보내주시면 검토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지이 <비가 지나가면...
2024.12.19 오늘의 시
December 19,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해 질 녘 그네에 앉아 땅을 바라본 채 앞뒤로 조금씩 왔다 갔다, 그러다 제 앞에 선 운동화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전합니다. 이병률 <그네> 그래도 가려 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이 세계는 듣고 싶은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뿐이라는 사실을 데리고요...
2024.12.18 오늘의 시
December 18, 2024
안미옥 <근처> 언제 나을지 알 수가 없는데 어느 날엔가 나을 것 같다 추위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할 때처럼 한 여름에 느닷없이 네가 말했던 절반의 문장에 대하여 얼음처럼 부서지는 일들에 대하여 십이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멍이 잘 든대 한 연구자가 말했다 이젠 모든 걸 십이월에...
2024.12.17 오늘의 시
December 17, 2024
김은지 <차가운 밤은 참> 시청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혜화역까지 갔다 날이 찼지만 손이 시리지는 않았다 일요일 밤 청계천을 따라 이렇게 가는 길은 처음이었다 신호에 걸려 멈추면 불꺼진 빌딩들 셔터를 내린 가게들 팔짱을 끼고 걷는 사람들을 보며 안심했다 차가운 밤은 차가운 밤은...
2024.12.16 오늘의 시
December 17,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서비스 오류로 12월 16일자 시가 전송이 안됐음을 확인하고 다시 보냅니다. 이향 <한순간> 잠시 눈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어제저녁 붉게 노을 졌던 태양의 한때처럼 오늘아침 초록으로 흔들리는 잎의 한때처럼 한순간이란 붙잡아두고 싶은 것이어서...
2024.12.15 오늘의 시
December 16,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은 김개미 시인의 <좀비가>라는 시를 준비했어요. 이 시는 장미가 피고 새소리가 나는 햇살 좋은 5월의 아침을 배경으로 하지만, 12월의 겨울에도 봄은 필요한 법이니깐요. 김개미 <좀비가> 지금껏 꿈속에만 좀비였는데 오늘 아침은 깨어 있는데도 좀비다...
2024.12.14 오늘의 시
December 15, 2024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첫 구독자가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성동혁 작가님의 “1226456”을 첫 시로 보내드립니다. 성동혁 <1226456>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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