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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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2 오늘의 시
February 12, 2025
이향 <사과> 몸이 아프면 슬쩍 달라붙어 당신 손을 잡고 그 어깨에 기대 밥 한술 받아먹고 싶다 사랑한다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을 못해 무슨 병에라도 옮아서는 곧 떨어져버릴 듯이 매달려 있고 싶다
2025.02.11 오늘의 시
February 11, 2025
이윤학 <짝사랑> 둥근 소나무 도마 위에 꽂혀 있는 칼두툼한 도마에게도 입이 있었다.악을 쓰며 조용히 다물고 있는 입빈틈없는 입의 힘이 칼을 물고 있었다. 생선의 배를 가르고창자를 꺼내고 오는 칼.목을 치고 몸을 토막 내고꼬리를 치고,지느러미를 다듬고 오는 칼. 그 순간마다 소나무...
2025.02.10 오늘의 시
February 11, 2025
나태주 <초라한 고백>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2025.02.09 오늘의 시
February 10, 2025
이상 <이런 시> 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내어 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 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2025.02.08 오늘의 시
February 8, 2025
김신용 <포옹> 저기 새로 쌓은 돌담에 담쟁이넝쿨이 기어오르네 마치 자신을 위해 쌓은 돌담이라는 듯이 그러나 돌담은 모르는 척 시침 뚝 뗀 표정이네 먼 훗날, 자신이 조금씩 허물어져갈 때 그 넝쿨이, 전신으로 감싸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눈빛이듯-
2025.02.07 오늘의 시
February 8, 2025
최지은 <우리들> 심야 버스였다. 내릴 곳을 몇 정거장 앞에 두고. 밝은 빛이 덤벼드는 검은 도로 위에 있었다. 우리들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냉장고에는 내가 오면 나누어 먹으려던 한 소쿠리의 무른 딸기. 잘자리에 과일을 먹어 어쩌니. 우리 중 한 사람이 말하고. 자꾸만 흐르는...
2025.02.06 오늘의 시
February 6, 2025
이승희 <그날> 길고양이 같은 표정의 오후를 핀셋으로 담벼락에 꽂아두고 나는 당신의 입술을 당겨왔다. 당신은, 나는 피 흘리는 짐승이었다. 늑대 발톱을 물어뜯으며 한 세기 전의 동굴 속을 달렸다. 티베트 여우의 눈빛 속은 따뜻하고 경이로웠지만 이별은 언제나 눈썹 위에서부터 고이기...
2025.02.05 오늘의 시
February 5, 2025
장수양 <미소> 끈을 쥐고 있는 사람. 끈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거, 사랑이에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원히 끈을 쥐고 있어도 좋아요. 잡아 당겨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 사람은 천진난만했다. 영원이라니. 아기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렇게 말했을까. 수평의 끈을...
2025.02.04 오늘의 시
February 4,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만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에서만 시를 고르게 되네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시를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공유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제 메일이 스팸함에 한번 가기 시작하면 이메일 전송이 되지 않습니다. 확인...
2025.02.03 오늘의 시
February 3, 2025
민구 <머랭> 머랭을 먹었는데 내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사라졌는데 누군가는 악수를 청하고 나는 여기에 없는데 일곱 시에 일어나는 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 머랭을 먹은 후부터 기억하고 싶은 모든 것이 살살 녹았다 약속 시간에 늦어서 중요한 미팅을 날려버리고 밤새 적은 사랑의 편지는...
2025.02.01 오늘의 시
February 1, 2025
최승자 <알았던 사람들만이> 알았던 사람들만이 알았던 하늘 역사여 어리석음이여 하늘이 무뇌아처럼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네
2025.01.31 오늘의 시
January 31, 2025
이혜미 <살구> 기다렸어 울창해지는 표정을 매달려 조금씩 물러지는 살의 색들을 우글거리는 비명들을 안쪽에 감추고 손가락마다 조등을 매달아 검은 씨앗을 키우는 나무가 되어 오래 품은 살殺은 지극히 향기로워진다 뭉개질수록 선명히 솟아나는 참담이 있어 마음을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2025.01.30 오늘의 시
January 30, 2025
이승은 <굴절> 물에 잠기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보기에 그럴 뿐이지 다친 곳은 없다는데 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
2025.01.29 오늘의 시
January 29, 2025
이향 <노파> 날마다 넘쳐나는 적요와 어둑한 그늘의 꽃을 키우는지 허물어지는 만큼 피는 봄 꽃도 너무 탐스러우면 두려운 법 담장을 감고 도는 꽃 넝쿨에 빨려들 것 같아서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는데 꽃에게 속을 다 파먹힌 껍질처럼 앉아서는,
2025.01.28 오늘의 시
January 28, 2025
강지이 <그림자 극장> 커다란 창이 있는 방이었다. 창밖으론 대여섯의 나무가 줄을 맞춰 드문드문 서 있고 그들은 저마다의 잎사귀와 얇거나 굵거나 딱 그 중간의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그 나무들은 핸드벨처럼 고유의 소리를 냈다. 나는 창을 연 채 그 방에 앉아 벽에...
2025.01.27 오늘의 시
January 27, 2025
이해인 <겨울나무>내 목숨 이어가는참 고운 하늘을먹었습니다눈 감아도 트여오는백설의 겨울 산길깊숙이 묻어 둔사랑의 불씨감사하고 있습니다살아온 날살아갈 날넘치는 은혜의 바다사랑하고 있습니다가는 세월오는 세월기도하며 드새운 밤종소리 안으로밝아오는 새벽이면영원을 보는 마음해를 기다립니다내...
2025.01.26 오늘의 시
January 26, 2025
김개미 <인형에게서 온 편지> 조그맣게 살면 돼. 조그맣게 웃고 조그맣게 울면 돼. 조그만 옷을 벗고 족만 집에 들어가 물뿌리개만 한 샤워기 아래서 콩나물처럼 흠뻑 젖으며 샤워를 해. 조그만 침대에 누워 조그맣게 노래를 불러. 조그만 창문에 들어온 콩알 같은 달. 나는 조그만...
2025.01.25 오늘의 시
January 25,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곳에 눈이 내렸습니다. 사실 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나가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나가서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보라는 지인의 말에 제 차 위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새벽 2시가 넘은...
2025.01.24 오늘의 시
January 25,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시스템 오류로 어제자 시를 다시 전해드립니다.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연덕 <라틴크로스> 줄지어 선 유리잔.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불빛과 짧은 보상처럼 아름다운 중국식 소켓을 본다. 참는 손님도 참아주는 손님도 없는 이곳은 돌발...
2025.01.23 오늘의 시
January 23, 2025
정끝별 <와락>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 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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