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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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4 오늘의 시
March 4, 2025
차정은 <토마토 컵라면> 해변가 위 버려진 붉은 조각들은 빛이 나고 물과 맞닿은 금빛 모래들은 황빛의 풍경이었지 차갑게 물든 바다에 발을 담그고 낡은 의자에 앉아 뜨거운 물을 들이붓고 비집고 나오던 새빨간 열기들은 붉은 석류를 매달던 토마토 같았어 우리의 여름은 노을 진...
2025.03.03 오늘의 시
March 3, 2025
김혜순 <별을 굽다> 사당역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고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서뒤돌아보다 마주친 저 수많은 얼굴들모두 붉은 흙 가면 같다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냈을까 무표정한 저 얼굴 속 어디에아침마다 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밖에서는 기척도...
2025.03.02 오늘의 시
March 2, 2025
김연덕 <사월 비> 쓰다듬거나 모으지 않아도 괜찮아 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르고 빠져나온 아보카도를 줍고 들기 남김없이 먹기 손에서 손 아닌 걸 빼 보세요 무엇이 남는지 무엇이 가는지 무엇이 소리치는지 보고 그대로 두세요 그러니까 궁금해하지도 따뜻해지지도 움켜쥐지도 않기 세계는 이미...
2025.03.01 오늘의 시
March 1, 2025
오병량 <묻다> 종일 마른 비 내리는 소리가 전부인 바다였다 욕실에는 벌레가 누워있고 그것은 죽은 물처럼 얌전한 얼굴, 구겨진 얼굴을 거울에 비추면 혐오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미개한 해변 위에 몇 통의 편지를 찢었다 날아가는 새들, 날개 없는 새들이 폭죽처럼 터지고...
2025.02.28 오늘의 시
March 1, 2025
안희연 <굉장한 삶>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 내려왔는데 발목을 삐끗하지 않았다 오늘은 이런 것이 신기하다 불행이 어디 쉬운 줄 아니 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또 늦은 건 나다 하필 그때 크래커와 비스킷의 차이를 검색하느라 두 번의 여름을 흘려보냈다 사실은 비 오는 날만 골라...
2025.02.27 오늘의 시
February 27,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보내드립니다. 이 시와 더불어 최백규 시인의 엮은 말 또한 같이 보내드립니다. “슬픕니다. 사랑해서 슬픕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눈동자 속에 수선화처럼 그대가 피어나고 이내 외로워집니다. 나는...
2025.02.26 오늘의 시
February 27, 2025
고명재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개와 눈과 아이는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순전히 날뛰는 힘을 갖고 싶어서 눈 녹인 물을 내 안에 넣고 싶었다 차갑고 뻑뻑한 팔을 주무르면서 떠난 개들의 눈 쌓인 그릇을 치울 수 있다면 소의 농포를 환부에 슬쩍 바르고 키스하고 이민자와...
2025.02.25 오늘의 시
February 25, 2025
진은영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내가 나를...
2025.02.24 오늘의 시
February 24, 2025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2025.02.23 오늘의 시
February 23, 2025
서안나 <모과>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다
2025.02.22 오늘의 시
February 23, 2025
정호승 <반달>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2025.02.21 오늘의 시
February 21, 2025
나태주 <첫눈>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2025.02.20 오늘의 시
February 20, 2025
김은지 <종이 열쇠> 잘 구분된 이면지가 담긴 상자가 책상 한편에 고유한 느낌으로 있다 커피의 쓴맛 속에서 초콜릿과 견과류를 느낄 수 있게 되듯 이면지를 좀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떤 경우에든 다시 쓰여도 괜찮은 허물없는 이면지 비밀을 갖고 있어 조심스러운 이면지...
2025.02.19 오늘의 시
February 20, 2025
김경미 <거기에 그 꽃이 있었다면 안 갔을 겁니다> 유도화 핀 마을엘 도착했습니다 유도화꽃 이렇게 많은 줄 모르고 도착했습니다 우표만 하던 여자의 밥알만 하던 의상실 구석 우물같은 화분에 피어 있던 꽃 자주 박살나던 우표와 밥알과 우물 자주 두 발 치켜든 우물을 지켜만 보던 꽃...
2025.02.18 오늘의 시
February 18, 2025
민구 <당신의 옥수수> 결혼은 마라톤 여러분은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손을 잡아주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해야 삽니다 요즘엔 주례 없이 신랑 신부가 편지를 읽거나 양가 어른들이 덕담을 해준다는데 주례사는 끝날 줄 모르고 나는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간다 식당은 하객이 없고 말끔하게...
2025.02.17 오늘의 시
February 17, 2025
고선경 <샤워젤과 소다수> 너에게서는 멸종된 과일 향기가 난다 투룸 신축 빌라 보증금 이천에 월세 구십, 어떻게 해야 너를 웃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두 시간 동안의 폭우, 일주일 동안의 아침. 유리병 속 무한히 터지는 기포 현관에 놓인 신발의 구겨진 뒤축이 웃는 표정을...
2025.02.16 오늘의 시
February 17, 2025
하재연 <잘못된 음계> 그 여름에 시작되었습니다. 붉음이 우리를 덮었고 붉음은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붉음은 아픔으로 불렸습니다. 붉음의 원인이 날씨일가 우산을 펼치면 나의 그림자가 잘려나갔습니다. 붉음은 우주로부터 온 것일까 겨울만 있는 나라들의 이름을 손꼽았습니다. 눈송이로...
2025.02.15 오늘의 시
February 15, 2025
장수양 <휴일> 구름이 내려 사람들이 푹신해졌다 모자의 밀회를 추적하던 사람들이 모자를 잊었다 하늘의 빛깔을 세던 사람들이 파도를 잊었다 언젠가 한없이 쉬어도 이 휴일을 기억하리라 부푼 롤빵처럼 사람들이 길을 구르고 아무도 조용한 어제를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는 주유소에서 함장이...
2025.02.14 오늘의 시
February 14, 2025
양안다 <백일몽> 빛과 싸우는 날입니다. 어제도 밤은 예상보다 짧았습니다. 너는 꿈속에서 죽어갔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그냥 그렇게 죽었다. 안녕, 잘가.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건 당연한데 죽어있는 건 너무 이상하다. 죽어 있는 건 나쁘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너는...
2025.02.13 오늘의 시
February 13,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아, 이 사람은 내 사람이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이 종종 옵니다. 물론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결국 그놈의 확신은 나의 결정이더군요. 그 모든 결정에 사랑을 걸고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여러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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