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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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5 오늘의 시
March 25, 2025
이새해 <화요일의 피크닉> 웃음도 화요일도 끝나지 않았지만 피크닉이 끝나가고 있었다 돗자리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네 그림자 속으로 날벌레 몇 마리가 앉았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가는 자전거와 자전거 사이에서 흙먼지가 흘러 다녔다 그것을 알려준 너를 이해하려고 가만히 손목을 쥐고...
2025.03.24 오늘의 시
March 24, 2025
구현우 <선유도> 창밖의 비를 좋아하지만 비에 젖는 건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너에게 해주려고 한 얘기가 있어 선유도에서 만나자 선유도에는 오만 색으로 어지러운 화원이 있으니까 녹음된 빗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안정을 찾는 너에게 어울린다 믿는 풍경이 있어 혀끝이 둔감해지면 입안 가득...
2025.03.23 오늘의 시
March 23, 2025
김소연 <손아귀> 탁상시계를 던져본 적이 있다손아귀에 적당했고 소중할 것도 없었던 것을방바닥에 내던져부서뜨려본 적이 있다부서지는 것은 부서지면서 소리를 냈다부서뜨리는 내 귀에 들려주겠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고백이 적힌 편지를맹세가 적힌 종이를두 손으로 맞잡고천천히 찢어본 적이...
2025.03.22 오늘의 시
March 22,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듭니다. 비가 꽤나 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라는 것이죠. 그런 우리는 종종 그 비가 강을 범람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강가에 가 서 있게 됩니다. 참 바보같죠. 사람은 애정 앞에서 죄다 바보가 되나봅니다....
2025.03.20 오늘의 시
March 20, 2025
양안다 <여진> 비가 내리면 창문은 쉽게 울고 있다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는 복도를 지나는 동안 젖은 발자국이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방금 아이들이 사라진 것 같은 교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을 끄고 빗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불안은 혼자...
2025.03.19 오늘의 시
March 19, 2025
김영산 <그녀의 몸은 폭격을 맞은 듯 당당했다> 그녀의 젊은 몸은 폭격을 맞은 듯 당당했다. 그러니 알몸인들, 그녀는 맞서지 않는가? 인생, 전쟁 총알이 박히고 폭격을 맞고 지옥의 환한 수술실에, 혀끝에 피를 묻히고, 웃고 떠들고, 의사들이 칼질을 해대도 누군들, 지구상에 없는,...
2025.03.18 오늘의 시
March 18, 2025
박소란 <갑자기 내린 비> 기다렸다는 듯 우산을 꺼내 펴는 것이다 조금도 놀라지 않고 허둥지둥하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들 등이나 어깨가 살짝 젖는 건 자연스럽고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제법 그럴듯한 지도가 하나 생겨날 때까지 모르는 골목 모르는 가로등이 탁한 눈을...
2025.03.17 오늘의 시
March 17, 2025
이병률 <사랑의 역사>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징표입니다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2025.03.16 오늘의 시
March 16, 2025
김소월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2025.03.15 오늘의 시
March 15, 2025
강우근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너를 그것과 바꿔 부를 수 있을 것이다창가에 키우는 식물이 많아질수록 너의 습관과 기분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식물에는 모두 그 씨앗을 흙 속에 묻은 정원사의 영혼이 담겨 있어죽어가는 식물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온 영혼이 너로...
2025.03.14 오늘의 시
March 14, 2025
이장욱 <얼음처럼>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그것은 꽉 쥔 주먹이라든가 텅 빈 손바닥...
2025.03.13 오늘의 시
March 13, 2025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시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2025.03.12 오늘의 시
March 12, 2025
양안다 <밝은 성> 너와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 우리는 언제나 밤에 대화를 나누었지만 미래를 떠올리면 어둠보다 환한 빛이 떠오르지 과거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감거나 서로의 눈을 감겨 주겠지 서로의 미래가 놀랍도록 닮았다는 걸 알게 되면 나는 너에게서...
2025.03.11 오늘의 시
March 11, 2025
나태주 <오늘의 약속>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2025.03.10 오늘의 시
March 10, 2025
한용운 <꿈과 근심> 밤 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았더니 님을 보러 가는 길에 반도 못 가서 깨었구나. 새벽 꿈이 하 쩌르기에 근심도 짜를 줄 알았더니 근심에서 근심으로 끝간 데를 모르것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이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어라.
2025.03.09 오늘의 시
March 9, 2025
육호수 <장마> 우리가 우리에게 발각되지 않는 곳으로 가자 더 많은 공기를 정화할 더 많은 허파가 필요한 오래된 세계에서 더 많은 빙하를 녹일 더 많은 체온이 더 많은 어둠을 흡착할 더 많은 악몽이 더 많은 멸종을 지켜봐줄 더 많은 마음이 필요한 오래된 세계에서 사람인 채로 더...
2025.03.08 오늘의 시
March 8,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계속해서 두편의 시가 뒤늦게 동시 배송되는 오류가 뜨고 있습니다. 속히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광호 <방법 5> 너의 변덕을 집에서 쫓아내자 아끼던 발랄함과 귀여움도 사라졌다 나는 황급히 발랄함과 귀여움을 잡았지만 그들은 변덕으로부터 태어난...
2025.03.07 오늘의 시
March 8, 2025
이병률 <오늘의 가능성> 아침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근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비누의 미끄러지는 속도와 그 비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속도를 지켜봤습니다 제힘으로 펼치고 닫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달아놓은 휴지가 저 혼자 힘으로 풀려버리거나 가만히 있던 돌이 구르기 시작하죠 목욕하는...
2025.03.06 오늘의 시
March 6, 2025
유안진 <말하지 않은 말> 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 버릴까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 해버릴까 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사류로 오염될까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마디를 입에 담지 않는 거다 참고...
2025.03.05 오늘의 시
March 5, 2025
나태주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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