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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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4 오늘의 시
April 14, 2025
백은선 <열대병> 초록 대문 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아이 미지근한 밤공기 가로등 주위를 배회하는 작은 벌래들의 소문, 그 뒤를 쫓는 긴 꼬리의 고양이들 공중에서 미끄러지는 먼지들 동그라미 동그라미 주문처럼 읊조리는 하나의 단어 배운 적도 없는데 터져 나오는 첫울음처럼 마주 잡은 두...
2025.04.13 오늘의 시
April 13, 2025
구현우 <회색> 가까운 곳에서 연기가 난다.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건물들 사이로 더 아름다운 창문들 너머로 드러나는 사라지는 더욱더 아름다운 얼굴들, 사람이거나, 사람을 닮은 형상이거나 얼핏 보이는 유령들 연기 나는 곳에서 불이 났다는 얘기가 있고 누가 다쳤다는...
2025.04.12 오늘의 시
April 12, 2025
익명 <쭉정이> 밥알을 씹다가하나, 속 빈 쭉정이가 들어왔다 벼는 수확되어타작을 거치고바람을 지나 겉껍질은 날아가고속 빈 낱알은 버려졌다 도정의 칼날마저 지나모든 것이 빛나는 쌀알로 남았을 때도 그 모든 바람에도그 모든 진동에도하나쯤은 남는다나는 그 하나일지도 모른다 속이...
2025.04.11 오늘의 시
April 11, 2025
민구 <투명 인간> 망토를 걸치면 들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기한 게 나타나면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멀뚱히 서 있기만 해도 누군가는 경고 없이 공포탄을 쏘고 적금을 깨려고 들어간 은행에서 손모가지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보이지 않아서 모르겠네 맨 정신으로 동물원에 간 어른들이...
2025.04.10 오늘의 시
April 11, 2025
안미옥 <사운드북> 노래는 후렴부터 시작합니다 후렴에는 가사가 없어요 사랑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모르겠어요 잘하고 있는 건지 마지막에 했던 말을 자꾸 번복합니다 주소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엽서도 있습니다 모든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2025.04.09 오늘의 시
April 9, 2025
고명재 <틈> 네가 모는 자전거 뒤에 비스듬히 앉아서구두코를 스치는 유채꽃들을 보는 것아름다운 수동성옆으로 흐르는작은 풀꽃과 톱니와 자갈의 강물 너는 뒤에 앉은 얼굴은 보지 못한 채숨을 색색거리며 은빛 페달을 밟고나는 너의 따스한 배에 손을 얹고서왼편의 풍경 속으로 나아간 것인데...
2025.04.08 오늘의 시
April 8,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저의 10대는 샤이니로 가득 했습니다. 샤이니의 종현님을 유독 좋아했어요. 오늘은 다정한 그분의 생일입니다. 어린 제게 “위로”의 참뜻을 알게 해준 그분. 위로는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사람을 바꾼다고 굳게 믿게 해준 그분. 그분을 향한 애정을...
2025.04.07 오늘의 시
April 7, 2025
장수양 <여는 시> 물을 좋아하지만 유리병 속에 든 물은 아니었다 나는 글자를 적었다 그리고 물이 내게로 올 때까지 기다렸다 물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물은 生도 아니었다 물안에 든 生이 있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유리병에 넣으면 生은 사라졌다 만져지는 하늘이 내 머리 위에...
2025.04.06 오늘의 시
April 6, 2025
김연덕 <여름장미> 던졌는데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공처럼 공의 공포처럼 잊히지 않는 밤이 있다 그것은 날이 밝으면 고개를 수그리고 물을 끓이고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창밖에 흐드러진 장미에 대해 말한다 어떤 죽음이 그렇듯 상담사가 그렇듯 그것은 주목받기도...
2025.04.05 오늘의 시
April 5, 2025
문정희 <고독>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혼자 흘러와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온 몸이 깨어져도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그 깊이를 살며혼자 걷는 이 황야를비가 안 와도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얼음번개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2025.04.04 오늘의 시
April 4, 2025
김명애 <봄볕>그대가 그립다고 전해달래요설레는 마음에 머뭇거리다이제사 안부를 전한대요아쉽게 돌아가는 길목에선하얀 목련이더없이 헤프게 웃고 있네요
2025.04.03 오늘의 시
April 3, 2025
차유오 <비워내기> 오래된 물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목이 잘린 뒤에도 목걸이를 건 귀신을 보며 생각했다 깨지기 쉬운 것을 사랑했지 깨지는 순간이 되면 온몸을 다해 조각나는 광경을 더는 손에 쥘 수 없는 작은 유리컵과 이러 붙일 수 없는 뾰족함 빽빽하게 솟은 수풀 속에 숨어 하루를...
2025.04.02 오늘의 시
April 2,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환절기와 꽃가루 덕분에 기침이 멎지 않는 요즘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셔요. 이윤학 <버드나무 꽃가루> 길턱에 모인 버드나무 꽃가루를 한 주먹 쥐었다. 라이터 불을 붙이면 금세 타버리는 버드나무 꽃가루 무수히 씨가 박힌 버드나무 꽃가루를 쥐었다. 눈이...
2025.04.01 오늘의 시
April 2,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너무 늦었네요. 만우절이랍시고 거짓말처럼 시를 보내기를 잊었습니다. 정재영 <사월 초하루> 일 년 내내만우절로 보냈던 아무것이나 내미는히드라의 얼굴에 씌운가면의 웃음. 하루만은거짓이 진실이라고 오늘만은모두가 그랬었다고통회하는 축제.
2025.03.31 오늘의 시
March 31, 2025
김민정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 다리 두 개가 V자 안테나처럼 돌의 양옆 모래 속에 꽂혀 있었다 눈사람의 몸통 같은 돌이었다 야호 하고 만세를 부르는 돌이었다...
2025.03.30 오늘의 시
March 30, 2025
나태주 <생일> 꼼지락꼼지락 3월만 되면세상에 나갈 준비로나는 몸이 아프다 60년 가까이 그 모양이다.
2025.03.29 오늘의 시
March 29,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 제 친구가 결혼을 했습니다. 둘의 시작부터 지켜봐왔기에 감회가 남달랐는데요. 그 둘을 축하하며 이 시를 바칩니다. 안도현 <결혼이란> 결혼이란 그렇지요, 쌀씻는 소리, 찌개 끓는 소리 같이 듣는 거지요 밥 익는 냄새, 생선 굽는 냄새 같이 맡는...
2025.03.28 오늘의 시
March 28, 2025
강신애 <갈매기> 책장을 넘기자 갈매기가 튀어나왔다 수평선, 열기, 깨어지는 고요의 모서리…… 단어들과 망막의 핏줄을 활시위 당겨 무한천공이 흔들린다 몇 장의 페이지를 되짚어 넘기면 거기 부화한 알들의 둥지가 죽음의 실타래 같고 노을의 음파가 철썩인다 타자기가 종이뭉치를 물고 있다...
2025.03.27 오늘의 시
March 27, 2025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2025.03.26 오늘의 시
March 26, 2025
문정희 <문플라워> 이상하다! 봄이 반만 보인다 모처럼 세상에 봄이 왔는데 한쪽 동공이 붉은 실핏줄로 덮여 있다 눈에 안대를 하고 골목을 걷는다 빈터에 쏟아지는 차가운 햇살에 꽃 행상 트럭 기대 서 있다 떠돌이 유기견처럼 발걸음을 멈춘다 봄이 반쯤 닫혔으니 다른 촉수가 다 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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