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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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1 오늘의 시
May 31, 2025
강사랑 <봄비 마중> 예쁜 임이 오신다기에 노란 우산 하나 들고 봄 마중 갑니다. 시가 되고 그림이 되는 풍경을 한 아름 안고 소리 없이 사뿐사뿐 걸어오십니다. 봄 바구니에 쑥과 냉이를 가득 담고 해맑은 미소 한가득 담아 오십니다. 진달래와 개나리를 닮아 가녀린 몸이지만 오시는 임...
2025.05.30 오늘의 시
May 30, 2025
양안다 <양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될 때가 있다 잠들기 바로 직전,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다 잠들었는지 윤, 너도 모르겠지 언젠가 목줄에 묶인 개가 스스로 목줄을 끊을 수 있는지에 대해 영과 통화하며 떠들 때 뉴스에선 자신이 죽을 날짜를...
2025.05.29 오늘의 시
May 29, 2025
강지이 <수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매우 조용한 공간이 나타난다 먼지가 쌓여있는 침대 불이 들어오지 않는 복도 어떤 단어든 소리 내어 말해도 바람 소리에 묻혀 사라지는 저 침대에 누워 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누워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 같다 침대에 누워...
2025.05.28 오늘의 시
May 28, 2025
강지이 <여름> 그곳에 영화관이 있었다 여름엔 수영을 했고 나무 밑을 걷다 네가 그 앞에 서 있기에 그곳에 들어갔다 거기선 상한 우유 냄새와 따뜻한 밀가루 냄새가 났다 너는 장면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 장면들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두워지면 너는 물처럼...
2025.05.27 오늘의 시
May 27, 2025
이지율 <밤의 도시> 가시광선 절벽 같은 어둠을 뛰어내리면 석촌호수는 쓸쓸한 도시 하나를 건설한다. 물그림자를 발목 잡힌 월드타워 허공뿐인 높이 보다 불빛 촘촘한 바닥 아래가 더 궁금하다는 듯이 물의 속살 뒤적거리며 아래로만 깊어지고 약속을 기다리는 빈 의자 위에 고독을 뿌리째...
2025.05.26 오늘의 시
May 26, 2025
김춘수 <대치동의 여름> 내 귀에 들린다 , 아직은 오지 말라는 소리 언젠가 네가 새삼 내 눈에 부용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불도 끄고 쉰 다섯 해를 우리가 이승에서 살과 살로 익히고 또 익힌 그것 새삼 내 눈에 눈과 코를 달고 부용꽃으로 볼그스름 피어날 때까지 하루 해가 너무 길다
2025.05.25 오늘의 시
May 25, 2025
이해인 수녀님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 날 첫 꿈을 이룬 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꽃삽을 든 날은 언제나 생일이지요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간 날 절망에서 희망으로 거듭난 날 오해를 이해로 바꾼 날 미움에서 용서로 바꾼 날 눈물 속에서도 다시 한번 사랑을...
2025.05.24 오늘의 시
May 24, 2025
최영미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 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2025.05.23 오늘의 시
May 23, 2025
박소란 <티타임> ‘위에서 물 떨어져요’ 메모를 발견하면서 문득 고개를 젖히면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천장에 번진 얼룩, 어느 겁 많은 눈에서 난 눈물처럼 잊고 지낸 나를 떠올리게 된 것 같습니다 위험해요 어서 자리를 피해요! 다급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찾은 카페에서...
2025.05.22 오늘의 시
May 23, 2025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여름에는 저녁을마당에서 먹는다초저녁에도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멍석멍석 위에는환한 달빛달빛을 깔고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바람이 잠들고마을에서는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들에는봄의 발자국처럼잔잔한풀잎들 마음도달빛에 잠기고밥상도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2025.05.21 오늘의 시
May 21, 2025
민구 <메모리얼 스톤> 개가 죽으면 그 뼈를 녹여서 돌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돌에 색을 입힐 수 있고 살아 있을 때 쌓은 추억을 유리병에 담아둘 수 있다고 한다 산책을 좋아하는 개라면 손가락에 낄 수 있고 걷지 못하는 개라면 목에 걸고 다니면 되겠지 우리 집에 살던 녀석은...
2025.05.20 오늘의 시
May 20, 2025
이문재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그 이삿짐에 경대라고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2025.05.19 오늘의 시
May 20, 2025
김륭 <꽃의 재발견> 새봄, 누군가 또 이사를 간다재개발지구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야 코딱지 후비며 고층아파트로 우뚝 서겠지만개발될 수 없는 가난을 짊어진 양지전파상 金만복 씨도 떠나고 흠흠 낡은 가죽소파 하나 버려져 있다좀 더 평수 넓은 집을 궁리하던 궁둥이들이 깨진 화분처럼...
2025.05.18 오늘의 시
May 18, 2025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그간 격조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며 이사를 하느라 너무나 정신이 없었네요. 다시 달려보겠습니다. 안도현 <처음처럼> 이사를 가려고 아버지가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냈다바로 그 자리에빛이 바래지 않은 벽지가새것 그대로남아 있다이 집에...
2025.05.11 오늘의 시
May 11, 2025
고명재 <오늘부터 우리는> 산책길을 걷는데 길이 좁아져 있었다 호박잎이 너무 자라서 길로 넘친 것 여름은 아름다운 침범이구나 사람들이 부푼 잎을 밟지 않으려 일렬로 길을 걸으며 웃기 시작했다 희망은 그런 좁은 길에서 급류를 타지 같이 걸으려면 팔짱을 꼭 껴야만 하네? 우리는 팔목을...
2025.05.10 오늘의 시
May 10, 2025
안미옥 <캔들>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2025.05.09 오늘의 시
May 9, 2025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2025.05.08 오늘의 시
May 9, 2025
최승자 <일찍이 나는>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찍이 나는...
2025.05.07 오늘의 시
May 7, 2025
장수양 <창세기> 서리가 어린 창은 사람의 얼굴 같다. 매일 들여다보아도 하얗게 질려 있다. 갈라진 곳으로 호흡을 나눈다. 나의 얼굴도 희어진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아이가 도로를 지나간다. 혼자. 사라진 자리가 희다. 너무 많은 길이 다른 길을 찌르고 있어. 생채기에서 빠져...
2025.05.06 오늘의 시
May 6, 2025
김남조 <너를 위하여>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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