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Archives
Search...
Subscribe
2025.06.20 오늘의 시
June 21, 2025
유안진 <꽃 지는 날에> 열매 맺기 위해서 꽃은 떨어져야 한다 된서리를 맞아야 열매 또한 무르익음을 이 확실한 자연법칙을 믿으며 인간 세상 눈비 속을.
2025.06.19 오늘의 시
June 19, 2025
황유원 <아이스크림의 황제 ―제이크 레빈에게> 나는 배스킨라빈스에 절대 가지 않지만 오늘 문자로 도착한 KT멤버십 생일쿠폰에 배스킨라빈스 4천원 할인권이 포함된 것을 보고 오랜만에 배스킨라빈스나 한번 가볼까 하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처럼 작은 동네에도 있는 배스킨라빈스 너 반월 왔을...
2025.06.18 오늘의 시
June 18, 2025
한은별 <바닐라 라떼> 라떼는 말이죠. 매주 금요일마다 티비 앞에 앉아 뮤직뱅크를 보고는 했어요. 라떼는 말이죠. 순위권에 오른 모든 노래와 가수들을 줄줄이 외웠어요. 라떼는 말이죠. 학교 끝나고 친구랑 1시간에 만원하는 노래방을 가서 그 노래들을 다 따라 불렀어요. 누구랑...
2025.06.17 오늘의 시
June 17, 2025
강우근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하나의 불이 꺼질 때 나의 영혼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궁금해 내가 희미해질 때 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검게 물들어가는지 내가 사라질 때 또다른 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마나 생생할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아이들은 모래알처럼 빛이...
2025.06.16 오늘의 시
June 16, 2025
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2025.06.15 오늘의 시
June 15, 2025
이문재 <거미줄> 거미로 하여금 저 거미줄을 만들게 하는 힘은 그리움이다 거미로 하여금 거미줄을 몸 밖 바람의 갈피 속으로 내밀게 하는 힘은 이미 기다림을 넘어선 미움이다 하지만 그 증오는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어서 고요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팽팽하지 않은 기다림은 벌써 그...
2025.06.14 오늘의 시
June 14, 2025
이윤학 <첫사랑>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2025.06.13 오늘의 시
June 13, 2025
박준 <꾀병>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 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래 지내는 길이라고...
2025.06.12 오늘의 시
June 12, 2025
성동혁 <6> 발가벗겨도 창피하지 않은 방에서 나의 지루한 등을 상상한다 사내들이 아이의 배를 때리는데 여전히 아이가 죽는다 마스크를 오래 보고 있으면 마스크 뒤의 얼굴 그 얼굴 안의 얼굴 보인다 친구가 없는데 친구 목소리가 들리는 방 대답하지 않는데 손뼉 치는 방 낮과 밤이 없는...
2025.06.11 오늘의 시
June 11, 2025
서안나 <러시안룰렛 하는 밤> 난 날마다 내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죠. 담배 한 대 피우면서 한 게임 하실 까요? 물론 저녁 식사 값은 죽은 사람의 몫이죠. 어때요. 같이 한 번 해보실래요? 방아쇠가 당겨질 때 손가락 끝에 죽음이 담배연기처럼 감겨오죠. 피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2025.06.10 오늘의 시
June 10, 2025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 가을은 차고 물도 차다 둥글고 가혹한 방 여기저기를 떠돌던 내 그림자가 어기적어기적 나뭇잎을 뜯어먹고 한숨을 내쉬었던 순간 그 순간 사내라는 말도 생겼을까 저 먼 옛날 오래전 오늘 사내라는 말이 솟구친 자리에 서럽고 끝이 무딘 고드름은 매달렸을까 슬픔으로...
2025.06.09 오늘의 시
June 9, 2025
진은영 <어쩌자고> 밤은 타로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푸른 물 위에 다알리아 꽃잎들이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다는데 문에 자꾸 부딪치는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2025.06.08 오늘의 시
June 8, 2025
나태주 <기쁨>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2025.06.07 오늘의 시
June 7, 2025
김경미 <기다림은 추한 것> 구름들 모였다 금방 흩어지고 다음엔 심지어 비켜간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모든 게 산뜻하고 선명해진다 오래전, 당연한 모임을 들떠서 기다리던 친구에게 말해버렸다 너 빼고 이미 모였었어 너 기다리는 거 안타까워서 말해주는 거야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2025.06.06 오늘의 시
June 6, 2025
이향 <새벽미사> 급하게 늙어버린 손, 우물쭈물대다 여기까지 와버린 듯 하다 아기 손등이었을, 엄마 젖가슴이나 찾았을 손이 그늘을 걷어내느라 물기를 다 빨렸다 얼굴이 웃을 때 그 아래 하염없이 주저앉았을 손 어둠은 고스란히 남아 새벽을 꼭 붙잡고 있다
2025.06.05 오늘의 시
June 5, 2025
나태주 <장마>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시여억수로 비 쏟아져 땅을 휩쓸던 날.
2025.06.04 오늘의 시
June 4, 2025
이해인 <반지> 약속의 사슬로 나를 묶는다 조금씩 신음하며 닳아 가는 너 난초 같은 나의 세월 몰래 넘겨보며 가늘게 한숨쉬는 사랑의 무게 말없이 인사 건네며 시간을 감는다 나의 반려는 잠든 넋을 깨우는 약속의 사슬
2025.06.03 오늘의 시
June 3, 2025
최승자 <20년 후에, 지(芝)에게> 지금 네 눈빛이 닿으면 유리창은 숨을 쉰다. 지금 네가 그린 파란 물고기는 하늘 물속에서 뛰놀고 풀밭에선 네 작은 종아리가 바람에 날아다니고,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빈 벌판에서 차갑고도 따스한 비를...
2025.06.02 오늘의 시
June 2, 2025
황유원 <새들의 아침 운동 연구>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샤워하고 폭포수 마신다 폭포수는 새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가 잠시 고요하다가 곧장 수백 미터 위로 상승한다 18cm 검정칼새들이 이구아수폭포를 향해 돌진 난기류를 뚫고서 전속력으로 돌진하다 돌연 폭포 앞에서 속력을 줄이곤 폭포의...
2025.06.01 오늘의 시
June 1, 2025
백은선 <날개가 길어지면 찾아갈게> 괜찮니. 아직 나는 잘 모르겠어. 내가 네게 무언가를 말해도 되는지. 돌을 손에 꼭 쥐어보며 차가움 속 꽃잎을 하나둘 건져 올려본다. 하루도 나를 그냥 재운 적 없는 네 혀와 발. 무한하게 길어지는 마음. 끝없이 돌고 있는 바람 속 네가 눈 뜨면...
Newer archives
Older arch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