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2 오늘의 소설
전삼혜 [위치스 딜리버리] - <에어프라이어 콤비의 탄생> 中
“그래. 미안하면 내 손 나을 때까지 내 식판도 네가 들고 필기도 네가 하고 가방도 들어라. 내가 밥숟가락은 들어 줄게.”
“알았어.”
미카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날 들어서 옮겨 주면 더 고마울 텐데.”
세이의 농담에 미카엘라가 정색했다.
“야, 네가 나보다 키도 크니까 더 무거울 텐데 어떻게 들어.”
이 녀석은 왜 이럴 때 산통을 깰까.
세이는 ‘바보는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며 미카엘라의 어깨를 손등으로 툭툭 쳤다.
“네가 크면 되지. 근데 너 그거 알아?”
복도 끝에서, 미카엘라가 멈췄다.
“응?”
“첫사랑은 안 이뤄지는 게 좋대.”
“아, 그거, 알아.”
미카엘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고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응? 알아? 미카엘라가 제법이네. 세이는 벙찐 얼굴로 미카엘라의 등을 보았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건가?
세이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는 동안 미카엘라는 세이를 올려다보았다.
“세이야. 우리 어제 호흡 꽤 잘 맞았지? 난 동시에 초능력 두 개 쓰고, 너는 받아서 전달하고.”
언제나처럼 헤헤 웃는 미카엘라의 얼굴에 세이도 마주 웃었다.
“어. 레벨 업 한 거 같다. 근데 이걸로 뭘 하지?”
“고구마 굽자!”
미카엘라의 들뜬 말에 세이가 휘청였다.
“여름인데 무슨 고구마야….”
미카엘라는 세이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반짝였다.
“겨울까지 기다리면 되지! 우린 짱 멋진 에어프라이어가 되는 거야. 고구마 익는 데 얼마나 걸리지? 아, 나도 휴대폰 만들어야겠다. 검색할 때마다 컴퓨터 찾아다니는 거 힘들어.”
스마트폰은 검색 머신이 아니란다. 에휴. 잠시나마 네 등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한 내가 미쳤지. 네가 크길 기다리다 나는 늙어 죽겠다. 고구마 같은 소리 하네. 네 존재가 고구마야.
“그래. 휴대폰도 만들고 고구마도 굽고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은 첫사랑이라. 미카엘라 너 생각보다 어른스럽다. 나는 네 첫사랑이 나였으면 좋겠고, 그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는데.
“빨리 겨울 오면 좋겠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 예쁜데 다른 게 뭐가 중요해.
하고 싶은 거 다 해. 내가 커버해 줄게.